‘빨간 날’은 구항에서 ‘빨간 장터’ 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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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은 구항에서 ‘빨간 장터’ 열리는 날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6.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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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 직거래장터 열리는 인정 가득한 만남의 장소
왼쪽부터 전병희(87), 이종례(82), 장동순(82), 이해상(78), 정달분(83)

“사람 구경도 하고, 돈도 벌고, 참 재미나~~” 옹기종기 모여 앉아 텃밭에서 난 우리 농산물을 팔고 계신 할머니들의 얼굴엔 웃음이 넘쳤다. 지난 3월 1일 개장한 ‘구항면 빨간 장터’는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등 하루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구항면 빨간 장터는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매주 일요일, 공휴일)에 운영되는 직거래장터로,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생필품에 대한 ‘지역소비’로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자자하다.

이날 장터에는 밭에서 갓 따와 싱싱함이 가득한 머위대, 고사리, 표고버섯도 인기였으며, 양파 한 망이 삼천 원, 대파 한 단이 천 원씩 착한 가격에 판매해 일찌감치 완판됐다.  부각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젊은 부부, 느림의 미학 풍류가 느껴지는 마을 주막, 아이들 손을 잡고 놀러 나온 가족들로 빨간 장터는 한껏 흥이 넘쳤다.

장터에서 만난 한진곤 구항면장은 “구항면 빨간 장터는 구항면 농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며 스스로 만든 값진 결과물로, 빨간 장터가 홍성군 대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될 수 있도록 면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빨간 장터에서 좌판을 펴는 할머니들은 보통 20여 명 남짓인데 요즘 모내기철이라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나오지 못했다. 하루 매출이 1000~1500만원에 달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아무래도 영리보다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겨운 시골 장터를 재현한 것이 성공 요인이 아닐까 싶다.

빨간 장터를 기획한 전병환 위원장은 “시골 장날 함께 나누었던 정과 만남의 기쁨을 드리는 장터로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산물들은 구항면과 인근에서 생산한 우리 것으로 완전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식품들이다. 또한 이곳 장터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농촌지역을 돕는 선한 일에 동참하는 것과 같으니 많이들 놀러 오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역 농민이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러한 판매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빨간 장터와 구항면 일대 거북이마을 둘레길을 함께 묶어 단체 관광객들을 받을 예정이란다. 이것저것 덤을 챙겨주신 할머니들 인심 덕분에 행복을 마음 바구니에 가득 담고 왔다.


현/장/스/케/치
나에게 빨간장터란?

달력의 빨간 날에만 열리는 특별한 장터인 ‘빨간장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요즘, 빨간장터를 준비하는 운영위원회 회원들을 만나봤다. 빨간장터는 행사 전날부터 분주하게 준비된다. 가스, 전기, 수도, 배수, 그늘막, 부스텐트 등을 점검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묻고 또 묻는 과정을 반복한다.

행사당일 새벽 6시30분 집결해 그늘막 설치와 빨간텐트와 파란텐트, 에어바운스 설치가 끝나면 테이블을 옮겨 물품을 진열한 후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빨간장터가 진행되는 이 하루를 운영하기 위해 매번 반복되는 일을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한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이 현장에 함께한 이들에게 ‘빨간장터’는 과연 어떤 의미일지 물어봤다.

닉네임 ‘행복한 하루’님은 “거부하고 싶지만 빨간 장터에 가면 행복해요”, ‘향수’님은 “어릴적 식문화, 낭만이 있어 좋아요.”, ‘태양’님은 “나에게 이런 재능이? 운영 전, 잠만 자고 있던 꿈과 끼를 지금에 발견하고 지금은 실행에 옮기려 발돋움하고 있어요.”, ‘보물창고’님은 “에어바운스 하나에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안전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배움터’님은 “성향별, 연령별로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눈높이를 달리하면 구매는 결정되죠”, ‘활력소’님은 “어르신들은 버리려던 잡초 같았던 채소들을 뜯고, 다듬고, 포장하고 소비자를 만나서 흥정을 하는 과정 속에서 많든 적든 수익이 생겨요. 그 과정 모두를 ‘곰지다(알차다의 충청도 방언)’고 표현하시네요”라며 저마다의 소감을 밝혔다.

바라보는 것, 대화하는 것, 판매하는 모든 과정들이 보람이라며 참여자 모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농촌마을에서 어린 아이들을 본다는 것 자체가 활력소”라고 말하며, 그밖에 “지속적으로 좀 더 다양하게 장터가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의견처럼 작은 농촌마을에 큰 ‘활력소’가 된 빨간 장터가 앞으로도 마을 주민들의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곳이 되길 기대해본다.
 






유선자 <구항면 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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