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82>
상태바
운명은 순간인거야 <82>
  • 한지윤
  • 승인 2019.06.26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네……. ”
“식을 올린 것이 4월 17일인데 만일 그 당시 곧 임신이 되었다고 한다면 선생님이 보신 바 지금이 4개월 말 이라는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 노부인은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임신월수에 비해서 임신부의 배가 너무 불러 온 것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다태임신 이나 포상기태의 경우도 임신 3,4개월에서 자궁저가 배꼽 높이에까지 오는 수가 있다. 또 급성 양수과다증에도 임신 4,5개월에서 급속히 배가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오늘 한 박사가 진단한 것 같이 태아가 배 밖에서 촉진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촉진될 수 있는 것은 5개월 이후라야 가능하다. 태아의 부분까지 구별이 가능한 것은 6개월 말이라야 된다.
“엄밀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본 바로는 아무래도 6개월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혼식 당일에 허니문 베이비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될 것 같은데……. ”
“무슨 말씀이신지?”
“실례인지 모르지만 식을 올리기 전에도 아이는 생길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걸 상관하지는 않습니다. 부끄러운 집안 이야깁니다. 며늘아이는 우리 아들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말썽이 좀 있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퍽 얌전한 것 같은데, 그 쪽 아버지도 중학교 교감선생님이고 해서, 그런 교육자의 가정에서 자란 딸이라고 듣고 있었는데, 뜬소문인지 모르지만 어느 부동산회사의 과장과 이상한 관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의 술좌석에서 화제가 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얌전한 아가씨라기보다는 나쁜 뜻으로 보면 흥밋거리로 삼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눈이 멀었는지 아니면 무엇에 홀렸는지는 몰라도 죽자 살자 하고 좋아해서……. ”
한 박사는 볼펜의 뒤끝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이분 간호사는 눈치 빠르게 젊은 두 사람의 간호사와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다.
“아드님은 한 분인가요?”
“아닙니다. 둘입니다. 이 애가 장남입니다.”
“네.”
“회사의 선배나 동로들은 모두 말리고 있었으나 고집을 부렸습니다. 좋은 혼처도 많이 나왔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 선도 보지 못했지요.”<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