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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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83>
  • 한지윤
  • 승인 2019.07.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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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한 박사는 본능적인 저항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재계나 정치인들 중에는 자기의 아들딸의 배우자를 사람 본위로 구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편의 집안이나 사업상의 이용물로서 정략적인 결혼이 많은 세상에 이 부인의 아들이 한 결혼은 오히려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남편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꼭 이 아이와 결혼을 할 생각이면 집을 나가버리라고 하셨을 정도인데, 제가 애원하다시피 해서 성사가 되기는 되었습니다. 주위의 가까운 분들에게조차 청첩도 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예식 날에는 아이의 회사 직원들이 오기는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을 알고 있어 그런지 서먹서먹한 분위기 였었지요.”
“식이 4월17일이라…… 그때부터 벌써 생리가 없었다는 것입니까?”
한 박사는 옆에 있는 메모지를 끌어 당겼다.

“생리가 없던 것이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벌써 입덧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까지 갔다 왔는데 다녀와서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위가 약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아침에도 피로해서 그런지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아들에게 생리가 없다고 말을 하더랍니다.”
“3월 26일에 최후의 생리가 있었다면 다음 생리일은 4월 24일경이 돼죠. 4월 17일의 결혼식 직후에 입덧이 생길 수는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는 아들에게 바른 대로 말하라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결혼식 전에 호텔에 간 적이 두 번 있었답니다. 며늘아이는 결혼식까지는 안 된다고 했다지만 무리하게 끌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건 언제였던가요?“
“4월 5일과 10일이었답니다. 날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5일은 아들의 생일이 되고 10일은 아들 회사의 부장님이 암으로 돌아가셔서 장례일 이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두 번 뿐인가요? 그 이전에는 없었을까요?”
“꼭 두 번 뿐 이랍니다. 두 번이라고 하고 있으니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더 있었다고 해도 별로 상관할 것도 없습니다만.”
“그건 그렇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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