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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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84>
  • 한지윤
  • 승인 2019.07.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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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그 어느 날이라도 임신이 되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생태로 되는 것일까요?”
한 박사는 두 사람의 혼전관계의 유무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노부인도 남녀가 결합한 날이 임신한 날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문제는 다음 생리일에서 거꾸로 계산해서 12일에서 16일 사이에 있는 배란의 전후에 임신의 찬스가 있었나 아닌가에 실마리가 달려 있는 것이다.
4월 5일이나 10일이라도 4월의 생리가 없었다는 데는 같은 것이다.
결혼식의 전후는 심리적인 영향으로 생리의 템포가 달라지는 수가 많은 것이므로 가능성의 폭은 훨씬 커진다.
“확실한 것은 단정할 수 없습니다만, 3월 26일부터 최종 생리가 있었다는 점은 나는 다소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오산이란 것도 많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네 사람에 한명 꼴로 임신을 해도 생리 예정일에 아주 적은 양의 생리 같은 출혈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래부터 양이 적은사람은 그것을 생리로 잘못 착각하는 여자도 있습니다.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긍정이 가지 않는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3월말에 생리는 없었다고 하면…… ”
“글쎄요. 3월에는 있었는지 어떤지…… 2월 언제쯤인지……”
“그렇게 빠른 계산으로 됩니까? 그렇다면 최후의 생리가 2월 중순쯤 이라면 지금의 불룩한 배의 크기와 대체로 맞는 셈이 되는 겁니까?”
“대체로 맞는 편이 됩니다. 개인차는 계산 안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낳고 싶다는 것을 꼭 없애 버리라고 하는 것도 가혹한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드리기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지금 뱃속에 든 아이는 우리 아들의 아이가 아닌 듯 싶습니다. 이건 부질없는 추측입니다만 며늘아이는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의 씨를 받아서 그 사람의 아이가 낳고 싶어 결혼을 그 컴프러치 용으로 승낙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그렇더라도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이니 우리들은 백지 상태에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단지 아들이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아이를 그대로 인정하기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며늘아이에게는 좀 가혹한 처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을 기회로 과거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새 출발을 했으면 싶은 생각일 뿐입니다. 날짜가 안 맞는 아이는 이 번은 없애 버리고…… 그 대신 우리들도 과거는 일체 묻지 않기로 했으면 싶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만이 상처를 입는다는 것도 불공평한 일이 되므로 모두가 서로를 괴롭혔다고 자각을 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새 출발을 했으면 싶습니다.”
“네…… 나는 단지 과학적인 진실만 말씀드린 것뿐 입니다. 그 뒷 문제는 댁에서 결정해 주십시오. 법적으로는 중절은 6개월까지입니다. 그 때까지는 결정을 내리셔야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입에 담기도 싫은 일입니다만, 현실에서 도피만하고 있다가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케이스는 흔히 있는 일이다.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결국은 부부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박사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 날 밤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제물포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애비니, 별일 없지?”
“네. 어머니세요? 별일 없어요. 소식 못 전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신경통은 어떠세요?”
한 달 가량 되었을 것이다. 한 박사가 제물포의 어머니에게 잠시 들렸을 때였다. 올해는 다리가 좀 쑤시는 때가 가끔 있어 장마철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속달로 약을 보낸 것이다.
“네가 보낸 약, 세 번 가량 먹었는데 좋아진 것 같아. 큰 병은 아닌 것 같아. 될 수 있는 대로 약은 안 먹으려고 하고 있어.”
“그렇게 해 주십시오. 병은 자연으로 나아야 합니다. 병보다 약이 더 몸에 해로울 수가 있어요. 어머니.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신경통은 특히 그렇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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