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흥행, 군과 학교의 상생발전에 핵심 고리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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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흥행, 군과 학교의 상생발전에 핵심 고리될 것”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9.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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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송 교수 인터뷰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이송 집행위원장. 청운대학교 내에 마련된 집행위 사무국에서 그를 만나 영화제 준비과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얼굴, 우리 이야기를 담아야한다. 남의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
지역의 오랜 역사를 영화라는 젊은 매체와 접목시키는 것이 과제
홍성만의 색깔을 영화제에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성공여부 갈릴 것


천년 역사의 고장 홍성에서 영화제 개막을 누구보다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이송(청운대 연기예술학과·사진) 교수는 그들 중 한 사람이다. 2019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는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이다.

그는 원래 중문학도였다. 하지만 연극이 좋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연극과 인연을 맺은 이후 40년간 오직 연극 외길을 걸어온 연극쟁이다. 이렇듯 연극밖에 모르던 그가 홍성군의 부탁을 받고 영화제를 맡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의외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그가 홍성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청운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로 부임해오면서부터다. 햇수로 23년이 흘렀다. 이제는 홍성이 제2의 고향이 됐다고 하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홍성국제단편영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연극인인데 영화제를 맡게된 과정이 궁금하다.
군의 발전이 학교의 발전이고, 학교의 발전이 군의 발전과 직결돼있다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군수에게 말하곤 했다. 학교가 군에 봉사해야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올 초 군으로부터 영화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 연극이 주업인 내가 영화를 맡는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심했다. 더구나 정년도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군의 간곡한 부탁을 모른척할 순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사회에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영화제를 통해 학교도 자리잡는 기회가 될 것이다. 좋은 영화제로 성장하면 젊은 교수들과 후학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홍성의 영화제가 발전하는데 내가 하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감사할 일
이다.

Q.지난해 처음 개최한 영화제에 대한 군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나?
지난 3월에 영화제를 맡기로 수락했는데, 정작 영화제 본연의 과업을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외적인 요인들과 씨름하느라 애를 먹은 것은 사실이다. 모든 예술 행정의 첫째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말라는 것이다. 내가 군에 첫 번째로 제시한 조건이다. 그리고 지역민들에게도 바라는 점이 있다. 일단 참여해서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것이다. 영화제가 끝나면 빠른 시일내에 공청회를 열어 좋은 소리든 쓴소리든 듣는 자리를 만들 것이다.

Q.홍성의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껏 살아보니 홍성은 매력적인 도시다. 저항의식도 있고, 줏대고 있고, 반골의식도 있는 도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낙후된 측면도 있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못해 발전이 더딘 것도 사실이다. 분명 천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홍성만의 정신은 지역의 훌륭한 자산이다. 이런 이유로 홍성의 역사성을 영화제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이와 함께 영화제를 통해 홍성에 젊은 바람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엔 재미있는 영화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했다. 기대해도 좋다. 작은 동네이지만 이 지역에 영화의 붐을 일으키고 싶다. 우선 안에 있는 사람이 영화를 통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우선과제다. 장래 영화제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훗날, 홍성의 영화제를 경험한 젊은이가 미래 영화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Q.홍성군민이 이번 영화제를 어떻게 보길 원하는가?
올해 영화제를 본격적인 홍성의 첫 영화제라고 생각하고 일단 많이 왔으면 좋겠다. 어르신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노인들이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혹여 기회가 되면 막걸리도 사주고 싶다. 세계 모든 축제가 그렇듯이 지역사람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축제가 될 수 없다. 지역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홍성의 아이들과 함께 한달 동안 작품하나 만들었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홍성만의 독특한 영화제 이름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고, 이게 잘 되면 공중파 방송에다 팔 수 있다.

Q.홍성국제단편영화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원하는가?
홍성국제단편영화제가 명실상부 국제영화제로 확고하게 자리잡으려면 홍성만의 색깔을 영화제에 입혀야한다고 본다. 나는 그 색깔을 홍성의 역사성에 찾고 있다. 홍성만의 역사성을 영화제에 어떻게 입힐 것인가가 관건이고 과제다. 작은 지역의 역사가 국가의 역사가 될 것이고, 결국 세계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 역사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거대담론은 역사고, 작은 담론은 결국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이고, 나의 인생사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홍성은 오랜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다. 이러한 지역의 역사를 영화라는 젊은 매체와 접목시키는 매력있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근본적으로 사회비판적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기존 한계를 지적하고 극복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예술인들의 과업이다. 영화에 사회비판적인 역사성을 담으려면 단편은 한계가 있고, 홍성 영화제도 장기적으로 보면 장편영화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Q.이제 막 걸음마를 뗀 홍성의 영화제가 국제영화제로서의 꼴을 갖추기 위해 어렵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는데,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외연을 넓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국 북경의 중앙희극학원을 통해 연결돼 있는 23개 국가의 예술대학들 중에 청운대가 포함돼 있다. 영화제에 홍성만의 색깔을 입힌 다음, 이들 국가들과 연결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영화제로서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할 일은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이번 영화제가 준비한 키즈아이(카메라를  든 아이들)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얼굴이 나와야한다. 우리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 또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사를 영화로 만들어 개막작으로 틀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은 미처 하지 못해 아쉽다. 이렇게 해야 홍성만의 독특한 영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만이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면 부산이나 전주영화제 뺨치는 영화제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실 영화는 도시형이다. 하지만 시골임에도 독특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성공한 영화제가 ‘무주산골영화제’다. 가자, 보자, 먹자, 자자라는 슬로건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어찌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산골’이라는 아이템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영화제로 발전된 사례인데 홍성이 참고할만하다.

‘홍성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홍주문화회관과 충남도서관, 홍주읍성 일원에서 그 화려한 막이 올라간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영화제를 위해 이송 위원장은 현재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쏟아 붇고 있는 중이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 말미에 그는 청운대학교가 홍성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대학은 그 자체로 전문가 집단이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군이 학교와 협업하면, 학교의 우수한 자원을 홍성의 영화제에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어쩌면 작년 영화제의 흥행실패가 가까운 곳의 자원을 두고 먼 곳의 도움을 청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이번 영화제의 결과는 군이 제대로 교훈을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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