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 귀농 초보에서 농촌의 마음을 읽는 청년 농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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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 귀농 초보에서 농촌의 마음을 읽는 청년 농부로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9.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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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당’ 정지수 회장

선경C가 만난사람<21>

더불어 사는 촌스런 삶을 선택한 용기있는 청년들
농촌은 상생과 관계에 의존, “먼저 손을 내밀어라”


요즘 농촌은 60대가 되어도 청년이라고 부를 만큼 고령화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편안한 일자리만 찾지 시골에서 힘든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농업의 가치를 보고 돈 안 되는 농촌에 뛰어든 젊은 청년농부들이 모였다. 귀농한 청년들 중심으로 협업농장을 운영하며 지역에 정착하고자 노력하는 ‘청년작당’의 정지수(48. 삽교읍) 회장을 만났다.

“부천에서 사업을 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도시로 아버지를 모셨지만 적응하지 못하셨다. 결국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농사의 ‘ㄴ’자도 모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정 회장은 처음 고향에 내려와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10명 중 4명이 농촌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자신처럼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얘기할 상대가 없어 고민하는 청년들을 모았다.

첫 시작은 5명이 모여 하우스 5동을 임대해 협업농장을 만들어 이것저것 과채류를 재배했다. 그 후 함께하는 청년들이 10명 정도로 늘어나 ‘청년작당’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갔다. 그게 바로 지금의 ‘청년작당’이다.

“예산군의 지원을 받아 일 년에 두 번씩 토론회와 팜파티를 하면서 공무원이나 의원들도 관심을 가져주셨다. 다양한 직업들을 가졌던 회원들이 모인 탓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어려운 문제들이 풀렸다. 최근에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농장을 따로 오픈했고 조만간 허브를 재배할 것이다.”

‘용감하게’ 귀농을 선택해 농촌에 왔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았다는 정 회장. 과연 농촌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이웃들과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충청도 정서가 참 특이하다. 먼저 손 잡아주지 않는다. 동네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주민들과 잘 지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귀촌한 지 4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같다”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장과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다는 정 회장. 한밤중까지 즐길 게 많은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굳이 ‘이민보다 어렵다’는 귀농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농촌에서의 삶은 무엇보다 여유롭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취미로 색소폰 연주와 배드민 턴을 하며, 새벽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천욕을 즐기고 용봉산에도 오르면서 마음껏 나만의 시간을 활용한다. 살면서 꼭 한번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었는데 지금 그 소망을 이룬 것 같아 너무 만족한다”.

앞으로 ‘청년작당’이 추구하는 것은 귀농해 돌아온 청년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농촌에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것이란다. 귀농인이 아니더라도 농사를 한 번 지어본 사람이라면 농사만으로 먹고 산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농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정 회장은 믿는다.

같은 작물이라도 경쟁이 아닌 상생을, 부족한 일손은 ‘일용직’이 아니라 ‘품앗이’로 해결하는 청년 농부들. 청춘이 꿈꾸는 농업농촌, 함께 하는 삶과 풍요, 협동에 기반한 농업과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엿본다.

“도시가 경쟁과 정보력에 의존한다면 농촌은 상생과 관계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끈이 두껍고 끈끈하며, 매우 중요하다. 시골에서는 관계가 곧 정보다. 사람들 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알찬 정보가 오고 간다. 그 정보를 얻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관계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농부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직하면서도 더불어 사는 촌(村)스런 삶을 선택한 용기 있는 청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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