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종시 수정' 제동, MB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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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종시 수정' 제동, MB의 선택은?
  •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 승인 2009.10.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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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 "세종시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 정치권 강타
  
지난 9월 16일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방문결과 보고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이명박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입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마디 정치'가 다시 한 번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추진 논란과 관련, 원안 고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에 따라 정운찬 국무총리로 시작된 여권 내 세종시 수정 추진 문제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 "세종시 문제는 당 존립에 관한 문제"

 

사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선이 열린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박 전 대표는 "행복도시법 통과 때, 저는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당이 분열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어렵게 통과된 행복도시, 제대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7월 몽골방문 기자간담회에서도 "충청도민에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한 약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지난 9월 박 전 대표가 "(이미) 제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짧게 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3일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예상보다 큰 강도로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권에서 급속히 확산되던 세종시 수정안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당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이렇게 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이 한나라당을 믿겠느냐"고 말했다. "수없이 토의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당내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수정 지지자들은 물론 강력한 대권후보 경쟁자인 정운찬 총리와 멀리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세종시는 대통령 선거시 명확하게 약속한 공약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전 대상인 9부2처2청을 줄이는 수정안에 대해서도 "원안대로 하고, 필요하다면 플러스알파가 돼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당장 여권 내 친이계는 예상보다 센 박 전 대표의 일격에 당혹해하면서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일단 "박 전 대표가 한 말은 한나라당의 기본 당론"이라고 짧게 말했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은 여권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친이-친박계 극심한 갈등 예고... 차기 대선주자구도에도 변화 가능성

 

우선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여권 내 세종시 수정 추진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야당이 결사반대하는 상황에서 60석에 달하는 여당 내 친박계를 감안하면 세종시 수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향후 세종시 추진 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계 간의 극심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세종시 수정에 강한 의지를 보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또다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 유럽 특사 방문 뒤 이 대통령과 만나 세종시 원안 추진의 중요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군의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취임 이후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선 가운데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론을 들고 나오자, 박 전 대표가 예상보다 일찍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세종시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젠 박 전 대표의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답할 차례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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