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생생한 역사 우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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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생생한 역사 우리 손에"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9.10.3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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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의회 김기영․조선영 속기사

홍성군의회에서 임시회와 정례회가 열리는 날이면 회의장 가운데에 앉은 김기영(45)․조선영(43) 씨의 손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진다. 회의장에서 간혹 고성이 오고가도 두 사람은 가끔씩 고개를 들어 발언자의 얼굴만 확인할 뿐 무표정 그 자체다. 그들은 바로 온 신경을 집중하며 회의장에서 오고가는 모든 발언을 충실히 기록으로 남기는 속기사이기 때문이다. 

속기는 한글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다. 속기를 위해서는 약속어가 따로 있다. 약속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도통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 없다. 김기영 속기사는 󰡒속기사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글씨 쓰는 방식이 7~8개 있을 정도로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속기를 풀어쓰는 것을 번문이라고 하는데 번문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말했다. 

속기사는 평균적으로 1분에 300자 이상을 쓴다고 한다. 컴퓨터자판으로 따지면 1분에 1000타 정도를 쓴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컴퓨터 속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김기영․조선영 속기사는 여전히 펜으로 속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10년 이상 된 베테랑 이다보니 수필속기에 익숙한 세대이다. 

속기사들에게는 말 못할 어려움이 많다. 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속기를 해야 돼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한다. 또한 같은 자세로 몇 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속기가 끝나면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간혹 발언을 하는 사람들 중 사투리나 부정확한 발음이 있을 경우 정확하게 쓰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속기사에게는 집중력과 평상심이 요구되다보니, 회의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 같이 웃더라도 웃을 수 없고,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침착하게 현장의 모습을 글로써 남겨야 한다. 

김기영 씨는 "회의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집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냉정함이 요구된다. 훗날 누군가 회의록을 읽어도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속기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기영․조선영 속기사는 의회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역사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옛날로 따지면 사관(史官)과 같기에 그들의 펜 끝에 홍성군의회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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