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우리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사안들이 정책문제가 되고 이를 시정해 나가기위해 주민과 의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합의하고 토론해 나아가는 터가 된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야 말로 우리 정치문화를 깨끗하고 정직하게, 개방적이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평화와 조정을 바탕으로 지역문제 해결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교육․교통․환경․쓰레기 문제 등 생활정치영역에서 정책형성에 적합한 여성이 지방의회로 나아갈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경인년 새해를 맞아 지역여성의 사회적·정치적 지위를 극복하고 여성의 지방의회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역여성의 정치참여, 왜 필요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가부장제 문화는 모든 영역에서의 결정권을 남성들이 가져야 한다고 믿어왔다. 즉 가정 안에서의 가장, 직장에서의 리더, 학교의 교장선생님 등은 거의 남성들이 맡음으로서 남성들의 경험과 남성의 가치관에 따라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져 왔다. 이로인해 전체 사회구성원의 5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1996년 15대 국회에서는 여성이 3%였고, 16대에서는 할당제의 영향으로 5.9%, 17대 국회에서는 14%, 18대 국회에서는 13.7%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지방의회로 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2.2%, 2002년 선거에서는 3.2%의 참여율을 보였다. 즉 여성의원이 거의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홍성군 또한 총인구(2008년 기준) 8만9231명 중 여성인구는 4만4826명으로 50.2%로 지역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역여성들의 정치참여 현황은 홍성군의 첫 여성의원이었던 故 김정숙의원이 별세한 후 이렇다 할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지난 달 29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구 지방의원 후보 중 여성 후보를 1명 이상 의무 공천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 후보자를 내는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구(총 245개)를 기준으로 여성을 1명 이상 공천해야 한다. 기존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여성할당제와는 별개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245개 중 충남 홍성군·예산군처럼 ‘군’으로만 이뤄진 24개 선거구는 여성 후보 의무공천에서 제외된다. 인구밀도가 희박한 군 단위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다. 이조차도 지역여성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여성의 정치참여는 갈수록 어려운 현실에 가로막히고 있다.
2010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는 뭔가 특정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것이고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여겨지며 여성들이 정치참여에 있어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문제, 쾌적한 주변환경을 유지하는 문제, 보육시설을 확충하여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돕는 문제, 소외계층의 삶을 돌아보는 문제, 노인·어린이·여성 등 약자들이 안전하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 정치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평소에 동네일을 관심 갖던 여성들이 준비해 보면 어떨까? 즉 집안의 살림을 맡아 적절한 곳에 돈을 쓰고 고장난 곳을 수리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고민하듯 지역의 살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바로 지역정치인 것이다.
지역여성들의 결집된 힘으로 여성후보 이끌어내자
그렇다면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성(性)인지적 측면에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편견이 강하다는 점에 있고, 남성에 비해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하고 재정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선거운동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취약하다는 의미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하는 또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후보의 지원세력이라 할 수 있는 지역 내 각종 여성단체의 경우도 여성의 공천을 한 목소리로 주장하지만, 실제 선거과정에서는 결집된 정치세력으로서 힘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활동이나 복지활동은 여성단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도 여성의 정치참여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여성단체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21세기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의 리더십 및 지위향상이란 세미나에서 청운대 권정숙 교수는 "지역여성단체들 중에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 부실하게 운영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 여성단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표자의 리더십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여성단체는 조직의 설립목적과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하고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여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내 여성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부인회를 25년간 이끌어 온 현세준(89)직전회장은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남녀의 성 역할 인식과 타락한 정치풍토에 실망한 여성들이 정치에 대해 높은 불신감을 갖게 됨으로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성들도 정치 참여이외의 방법으로 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식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는 단순한 친목 도모나 봉사활동 뿐 아니라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활동에까지 관심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여성단체의 조직 강화가 필요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지역여성단체가 되려면 지도력 확보, 재정적 자립확보,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단체의 활동목표와 사업내용을 분명히 하고 단체의 목적별로 특색있는 활동을 추진해 나가다보면 지역특성에 맞는 이슈 및 정책개발, 그리고 여성정책을 실제 정치과정에 수렴시키는 능력과 지역여성단체의 정치적인 영향력과 정책적 개입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여성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위한 디딤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지역 내 여성단체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 내 여성단체들이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여성들이 생활 속 문제를 정치적·정책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현재 유일하게 선거출마의사를 밝힌 신선정 씨(전 홍성군다문화지원센터장)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정치 마당에서 다루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의사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시켜야 하고 이는 정치 참여를 통해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여성들이 말하고 싶은 문제를 남성 정치인이 대변해 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여성들이 여성 대표를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위치로 진출시켜야 진정한 여성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