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각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 찾는 고갑주 조각가


'예스럽고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 감히 범할 수 없는 엄숙함', '과 드러냄 미학의 절충', '트러짐 속의 절제와 균형' 등. 그의 작품에 대해 한 평론가는 이렇게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평론가의 말처럼 인체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찾아 표현하는 조각가 고갑주(43) 씨. 그의 조형작업은 브론즈(청동작품)이다. 브론즈를 통해 생동하는 인체의 살아있음, 인간의 사실적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열망하고 폭발시키는 위력의 발휘. 그의 조각에는 그런 힘이 넘친다. 그런 열정의 조각가가 홍성읍 소향리에 살고 있다.
조각가 고갑주 씨는 결혼을 하고 2003년에 처갓집이 있는 홍성에 와서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 뒤로 벌써 7년째 홍성에서 살고 있다. 그는 홍성에 와서도 꾸준히 갈망하고 추구하고 있는 사실적 조형예술 작업을 한다. 고 씨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자라고 1996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중국 유학길을 떠난다. 사실조각 예술을 더 깊이 탐구하고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중국 심양 노신미술대학원 조소과를 거쳐 북경 청화대학교 미술학원 고급과정을 연수하고 돌아왔다.
그는 "유학길에 오를 당시 중국 미술계는 사실조각이 대세였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해주고 있었다. 당시 사실조각이 큰 흐름이었던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매력적이었다"며 "인체의 사실적 표현, 인간내면의 표현을 위해 중국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국내로 돌아와서도 그는 인체를 주로 다루는 조각가로 우뚝 선다. 중국에서부터 꾸준히 그룹전을 가졌고, 중국에서 2번의 개인전, 국내에서도 3번의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또 한국조각가협회, 전국조각가협회, 한국구상조각회 등 여러 단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성에 와서는 홍성미술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그런 그가 홍성에 와서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조형작업은 '말(馬)'이다. 그는 "홍성에는 여러 군데 승마장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승마장을 알게 되었고, 말들의 생동하는 힘을 표현하고자 마구간 생활까지 하면서 말들의 생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며 "말은 참 표현하기 힘든 대상이다. 마구간을 2~3년간 관찰하면서 말의 약동하는 힘을 잡아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한다.
홍성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을 묻자 그는 "말 조형작업은 생각보다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2년 후 정도면 작품도 어느 정도 나올 것 같고 가능하다면 지역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고암 이응노 화백의 '문자추상'과 이 화백의 그림에 한마디로 꽂혔다고 한다. 고암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그는 대전미술관에도 다녀오고 예산 수덕여관도 둘러보고, 고암작품을 조각으로 연결해 조형화하고 싶다고 한다. 특히 고암의 문자추상은 꼭 조형화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고암생가와 기념관 복원 조형물 작업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조각가 고갑주 씨는 늦게 조각가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지금은 사실조각 분야의 국내 정상급 조각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예술의 길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어렵고 힘들고 때로는 지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며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게 예술의 매력이다.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다 하면서 후회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각가 고갑주 씨는 언제나처럼 그리고 그의 작품 <삶의 현장에서Ⅱ>처럼 역동적인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감춰진 진실들을 서서히 드러나게 해 인간내면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헤칠지도 모른다. 그의 조각들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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