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지역에서 소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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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지역에서 소비돼야"
  • 윤종혁
  • 승인 2010.02.19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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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유기농영농조합 이동형 팀장
메마른 대지에서 희망 일구는 젊은 농부들 (3)


홍성유기농영농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이동형(33) 팀장의 이력은 사뭇 남들과 다르다. 농협중앙회에서 일 하다가 대기업에서 친환경농산물 관련 일을 하기도 했고, 몽골에서 2년여 동안 해외농업개발 관련 일을 하기도 했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코스에 몸 담으면서 도시에서 좀 더 편안한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지만 이 씨는 과감히 고향인 홍성으로의 유턴을 선택했다.

"젊은이들이 농업을 살려내지 못하면 불과 몇 십 년 뒤에 농업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몽골에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농업이 규모화만을 추구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지역에서 소비되는 블루오션을 찾아야만 농촌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에서 뿌리를 내려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전국적으로 이름난 친환경농업 생산지를 두루 살펴봤다. 그렇지만 그 어디도 이 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생산지가 단일품목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가운데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낙심할 무렵 고향인 홍성에서 다품목 소량생산을 하는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을 알게 됐고 농촌의 대안이라고 굳게 믿게 과감히 귀향을 선택했다.

2008년 12월부터 홍성유기농영농조합에서 일하게 된 이 씨는 현재 생산관리, 물류관리, 영업 등을 담당하는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영농조합이 바쁠 경우 직접 생산지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배송업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일 하다가 농촌에서 일하니 처음에는 소득이 1/3이나 줄어 생활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돈 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일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은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유통과정을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될 때 소비자는 본인이 먹는 농산물을 누가 생산했는지를 알게 되고, 생산자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돈이 지역에서 돌게 되고 지역경제가 튼튼해져서 농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농업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국가의 존재가치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씨는 또한 농촌에서도 끊임없이 전문가를 배출해내야 하고, 그러한 전문가가 농촌에서 일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배움에도 열성이다. 현재 한국벤처농업대학과 단국대유기농과정을 배우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농업회계와 유통마케팅 과정을 공부 중이다. "일하는 사람이 고급화되고, 전문화되지 않으면 그 산업은 결국 전문화·고급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농민들도 생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산, 유통, 저장, 가공 등 농업과 관련한 전반의 상황에 대해 체계 있게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 일하는 것이 숙명이고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이동형 팀장. 이 씨와 같은 사람이 여럿 있다면 분명 농업은 끝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이 아닌 새로운 블루오션이 창출되는 희망의 산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씨는 갈산면 행산리 출신으로 홍남초(28회), 홍주중(21회), 홍성고(51회)를 졸업했고 공주대 농대를 다니다가 중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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