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맺은 소중한 인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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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맺은 소중한 인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3.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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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80주년 된 신세진·최재운 노부부


평생부부가 해로함은 마라톤에서 완주와 같다고 한다. 뛰다보면 힘들 때도 있어 때로는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충동도 생겨나지만 끝까지 완주함으로서 남들이 겪지 못한 성취감을 맛본다. 어찌 성격, 개성이 전혀 다른 남남이 만나 여러 해를 함께 살아오며 힘든 일이 없었겠는가. 흔히들 결혼식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말로 행복을 빌어주는 주례를 아직도 들을 수 있지만 한번 맺은 소중한 인연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 또한 복중의 복일 것이다.

결성면 금곡리 원금곡 마을에는 1930년 동짓달에 결혼해 80년을 해로하며 복중에 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노부부가 있다. 바로 신세진(93)·최재운(95) 노부부이다. 노부부는 남편 신세진 할아버지 13세 때, 부인 최재운 할머니 15세 때 초례를 올렸다. 당시 먹고살기 힘든 시절 양가부모는 혼례를 올려 집안 농사일을 도와 끼니라도 이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마냥 어리기만 한 이들을 혼례를 시켰다.

"처음에는 결혼이 뭔지도 모른 채 혼례를 올렸기 때문에 아무런 기억두 읍써. 기냥 배곯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동생들 보살피며 살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을 뿐여."

마을회관에서 만난 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뵙고 싶다는 기자에게 따라오라며 앞 선 걸음을 옮겼다. 기자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은 걸음걸이에 다시 한번 놀라며 건강에 대한 비결을 묻자 신 할아버지는 맑은 공기 속에서 세 끼 식사를 거르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던 걸 건강의 첫 번째 비결로 꼽는다. 신 할아버지는 지금도 청력이 떨어졌을 뿐 얼마 전까지 농사를 지을 정도로 기력은 정정하다. 최 할머니는 최근 노환이 찾아와 신 할아버지보다 청력이 더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다. 하지만 노부부는 아직도 한 침대를 사용하며 항상 두 손을 꼭 잡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금술이 좋아 마을주민들은 백수해로를 의심하는 이가 없을 정도다. 지금은 함께 사는 아들 신준해(64) 씨와 며느리 이순옥(52) 씨의 만류로 농사일을 그만두고 마을 회관으로 마실 나가는 게 하루의 낙이라고 한다. 예전 젊은 시절에 신 할아버지는 두통으로 매일 같이 시달리며 진통제를 밥 먹듯 복용해 왔으나 되려 나이가 드신 지금은 두통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아마도 진통제가 장수비결인지도 모른다며 우스갯소리도 하신다.

신 할아버지는 현재 살고 있는 원금곡 마을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결혼 후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농사도 짓고 광산에서 발동기도 돌리며 부모를 대신 해 동생들을 보살펴왔다. 최 할머니는 은하면에서 태어나 신 할아버지에게 시집 와 남편과 시동생들, 자식들을 돌보며 어린나이에 온갖 집안일을 도맡다시피 했다.

"지금까지 행복했던 것만은 아녀. 나는 농사를 짓다 광산(영흥도)에 나가 발동기 돌리는 일도 하고 소도 키우며 동생들을 돌봐오고 이 사람(부인)은 농사지으면서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도 많이 혔지. 그래서 이 사람 보면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많이 미안혀."

이들 부부는 각각 나이 18세, 20세에 첫딸을 낳아 슬하에 8남매의 자식을 두었으나 큰 딸은 6. 25 당시 행방불명되고 어릴 적 병치레와 사고로 인해 6남매를 잃어 현재 3형제만 남아 손자손녀 5명, 증손 5명을 두고 있다. 큰 딸이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노부부는 고손주도 안겨줬을 거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결혼 80주년에는 이웃과 자식들에게 고마움과 기쁨을 전하는 게 소망이라 말하는 노부부는 "너무 오래 살지는 말아야지. 그저 자식들 큰 고생시키지 말고 조용히 살다가 한날 한시에 가는 게 가장 큰 소망이여"라며 노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두 손을 꼭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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