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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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 범상 스님(오서산 정암사 총무스님)
  • 승인 2010.05.0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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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것은 듬성듬성 피어있는 봄꽃 사이로 새색시의 수줍음을 닮은 파스텔 톤의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면서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답게 치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여왕이라는 단어는 여왕의 권위를 빌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왕이나 공주는 최고로 아름답고 예쁜 존재로서 모든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며, 아름다움을 차지하려는 뭇 남성들은 동화 속에서처럼 왕비를 구하고 공주를 얻기 위해서 목숨이 걸린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단순한 시적(詩的)표현을 사회학적 입장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로 설명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여왕이 꼭 미인일 수 없으므로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일이다. 이렇게 여왕의 권위에 최고의 찬사와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것은 선(善)이라고 볼 수 없는 통치행위를 선(善)한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중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여왕에 대해서 저항하기 보다는 선(善)하고 아름답게 인식하여 흠모와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이것은 소설과 동화 그리고 TV와 영화의 배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잘생긴 외모를 가진 배우는 왕과 왕비의 역할을 맡을 확률이 그렇지 않는 배우에 비해 높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초등학교시절에 읽었던 대부분의 위인전기전집에는 하나 같이 큰 인물이 잉태 될 때는 남다른 태몽이 있었거나, 태어나는 날에는 '온 동네를 오색구름이 감쌌으며, 하늘로부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께 나의 태어남을 미리 알리는 특별한 태몽이나, 태어나는 날 어떤 징조가 있었는지를 물어 보곤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어머니는 무심히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씀하셨고 할머니는 한 술 더 떠서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라며 내 꿈을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뿐만 아니라 귀한 아들은 이름을 천하게 지어야 무병장수 한다는 속설 때문에 장남이나 외동아들의 아명(兒名)은 하나 같이 <소똥이> <개똥이> <돼지> 등으로 불렀고 필자의 <붇들이>라는 아명은 고등학교 때까지도 동네 또래들에게는 놀림꺼리가 되었다.

태어남을 이렇게 가르치는 것 역시 종성(種姓) 즉, 큰 인물들은 입태(入胎)의 과정에서부터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이 남다르니, 평범한 너희들은 감히 왕과 같은 지배자들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와 같은 허구(fiction)들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사실로 각인되어 일상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권력에 순응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것들을 심리학에서는 권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사찰의 주지는 사판(事判)으로서 이판(理判)인 수행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주지라는 사판의 권위가 이판의 수행력을 대변함으로 주지스님은 도력[理判]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필자가 이렇게 구구한 예를 드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6.2지방선거에서 참다운 일꾼들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선거 출마자들은 위와 같은 권위의 법칙과 함께 학연․종친 또는 같은 모임․단체에서 활동한다는 동류의식(同類意識)을 이용하여 표를 모으려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유권자들은 지지자가 당선이후 얻게 되는 권위와 권력을 자신이 함께 공유함으로서 사회적 기득권을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일수록 진실과 정의는 외면되고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는 <권위의 법칙>과 <동류의식>을 자극하는 심리적 접근내지 행위의 이면을 살펴 후보자의 진실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당선 이후에 군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위와 권력을 개인의 이익에 이용하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은 군민이 군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일이며, 선거로 선택한 권력을 말 그대로 군민의 심부름꾼으로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군민들이 진실을 왜곡하는 심리에 빠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선거철에 심하게 나타나는 지역감정과 발전적인 대화를 가로막는 정당간의 갈등 등이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깨끗하고 강직한 사람은 지지자인 <나>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이 돈이 많은 사람보다 부패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청렴도는 개선되지 않으며, 특히 군수의 구속이 이어지고 있는 홍성은 군민들의 확고한 의식변화 없이는 유서 깊은 역사 도시에 걸 맞는 탁월한 지도자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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