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후배, 임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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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후배, 임 선생님께
  • 현 자(홍성여중 교사)
  • 승인 2010.05.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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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교사의 교단일기]

2010 교원인사발령으로 선생님과 헤어진지도 벌써 두어 달이 지났군요. 전임지가 전교생 200여명에 선생님 열일곱 분으로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떠나오고 나니 더욱 그 시간들이 그리워집니다.

바야흐로 교원평가 원년입니다. 더불어 교육청, 학교평가까지 맞물리다보니 다들 열심히 하겠다는 충정은 좋으나 결국은 각종 평가실적 만들기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져 오히려 아이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마다 내 일같이 나서서 서로 도와주셨던 전임교 인화의 모습은 제 교단의 추억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임 선생님은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거뜬히 통과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새내기교사 같지 않게 처음 접하는 업무들을 능숙하게 소화해내고, 그러면서도 선배교사나 윗분들께 항상 공손하게 따르는 모습에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교직의 나잇살을 핑계로 나태해질 때마다 특수교육 교사로서 심적 정신적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들을 온정으로 이끌어 가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나 역시 교단에서 물러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돌아보면 제 교직생활은 참으로 행운이었지요. 부모 슬하를 떠나 타도에서 중학교 첫 근무를 시작했을 때, 마침 교장선생님께서는 당신의 딸도 나처럼 막 신규교사로 부임했다며 숙소와 학교생활 전반을 두루두루 살펴주셨고, 한해 근무를 지켜보시더니 여식은 부모님 가까이 있는 것이 낫겠다며, 일 년 일 개월 만에 충남교육청 전출을 적극 도와주셨지요. 본가와 학교간 거리가 먼 것을 배려하여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중에는 근무도 면해주는 특례를 누렸답니다.

본도에 와서도 고3 담임선생님이셨던 전 충남교육연수원 연수부장을 역임하신 박성규 은사님의 사랑을 어찌 잊을까요. 전보내신 때마다 새로 부임하는 학교장님께 제자라 소개 하시고 당부의 말씀까지 미리 해놓으시던 그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게 아니라 더 크게 크게 여울져옵니다.

그 뿐인가요, 연전에 느닷없이 몸이 축나서 교직의 길마저 놓으려 했을 때,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시며 사직원을 극구 만류하셨던 정진각 교장선생님. 건강이 회복되기까지 수업 외 모든 것을 배려해주셨던 조규일 교장선생님. 지금도 가끔씩 따스하신 인품으로 격려해주시는 윤건식 교장선생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역교단 선배님들의 과분한 사랑으로 이만큼 헤쳐나왔습니다.

내가 그 분들께 받은 고마움과 사랑을 이제 교단의 후배이신 임 선생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겸허히 교사의 본분을 자각해보는 오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늦게서야 깨우친 다음의 몇 가지를 당부합니다.

학생을 대할 때에는 어린 아이로만 바라보지 말고 한 인간으로서 장점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특기가 있는 꿈나무이지요. 늘 칭찬과 격려의 말로 북을 주어 지금은 어슴푸레한 꿈에 불과하지만 수 세월 지나 반드시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되도록 진지하고도 성심껏 안내하는 것이 교사의 사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학부모를 면담할 때는 참으로 겸손한 말씨와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불미스러운 사안이라 하더라도 학부모가 함께 있는 자리라면 학생을 훈계함에 있어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당사자로서 마음이 급하다고 마치 학부모를 훈계하는 식의 말투나 부모를 앞질러 학생을 지나치게 질타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자칫 큰 모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감정이 치달아 학생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차라리 지도를 포기하는 것보다도 더 나을 것 없습니다.

동료 교사와의 관계는 항상 '내가 먼저 다가가는' 마음 자세를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특수교사와 보건교사 영양교사 분들은 특성상 근무구역이 외떨어져 있을 수 있다 보니 일반 교사들과 소통이 덜 되어 때때로 소외감을 가질 수도 있는 만큼, 내가 먼저 학교일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마음의 돌다리를 열심히 놓으시기를 권유합니다.

요즘과 같은 입시 위주의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지식만 잘 전달하여도 교사로서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교사는 뭐니뭐니해도 사람됨을 가르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교사 자신부터 인품을 갖추는 일에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학생에게는 온유하게, 그러나 교사 자신에게는 추상처럼 엄격하여 인성교육의 산 교과서가 되어야 합니다. 날로 푸르러지는 오월입니다. 교단의 푸른 꿈을 많이 간직하시기를 빕니다.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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