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신도시 명칭, 형식적 '졸속지명'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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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신도시 명칭, 형식적 '졸속지명' 현실로
  • 한관우 편집국장
  • 승인 2010.05.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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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원회, 내포·서해·금북·수안·일송·홍예 등 압축


충남도청이전 신도시 명칭 선정에서 <홍주>와 <용봉>이 빠졌다.

충남도는 지난 18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도청이전신도시 도시명칭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2006년도 이미 공모된 안을 중심으로 심의․평가한 결과 내포, 서해, 금북, 수안, 일송, 홍예 등 6개 명칭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평가위원회에서는 신도시 명칭 공모에서 접수된 153개 안을 대상으로 위원들의 토의를 거쳐, 충남의 정체성(30점), 충남의 상징성(20점), 충남의 발전비전(30점), 기대효과(20점) 등의 심의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남도는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 선정된 6개 명칭에 대하여 각 시·군별 의견수렴을 거친 후 도정조정위원회에 상정하는 등 도청이전신도시 명칭선정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6월말 신도시 명칭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앞으로 선정된 신도시 명칭은 분양 촉진 등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등 신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모 당선작에 대한 시상금 지급은 당선작 응모자 중 제안내용을 평가하여 최우수, 우수 등으로 시상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6년 당시 충남도에서 응모를 실시한 결과는 <충남>이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용봉 9명, 홍주 5명 등이었다. 서해는 10위, 금북·수안·일송 등은 10위권 밖에 있던 명칭이었다. 신도시의 명칭은 상징성과 차별화된 매력, 미래 비전 등이 함축적으로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청신도시가 들어서는 홍성군과 예산군 주민들의 대승적인 이해와 협력,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홍성과 예산의 공동 발전뿐만 아니라 충남도의 랜드마크로 충남도 전체의 성장 동력원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역특성 담긴 <홍주>와 <용봉>은 모두 빠졌다

신도시, 특히 충남도청신도시의 이름을 짓는 것이 매우 특수하고 중요한 과제임에도 충남도는 4년 전에 공모했던 이름을 대상으로 명칭을 선정하는 작업을 펴고 있다. 충남도민들, 최소한 홍성군이나 예산군민들의 의견이나 여론을 수렴하는 일도, 광범위하게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는 작업도 전혀 하지 않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는 형식적인 단순절차만 진행했다. 홍성군과 예산군에 여론을 수렴하라고 지시해 군청의 실․과장을 중심으로 한 읍·면장과 공무원, 일부 이장 단 등 극히 소수의 의견을 참고만 했을 뿐이다.

홍성군의 경우 예산군이 <내포>로 간다고 하니까 갈등을 고려해 그냥 <내포>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홍성군의 경우는 <홍주>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홍성군민들의 여론은 <홍주>를 선호하는 반면 <내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홍성의 <내포축제>의 명칭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나 과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로 보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명으로는 단연 <홍주(洪州)>를 꼽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해 오는 2012년에 <홍주 지명역사 1000년>이란 상징성과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이름을 되찾는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군수 예비후보들은 홍성이란 명칭뿐만 아니라 도청신도시의 명칭까지도 <홍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편 전국적인 명소이자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용봉>시도 적합하다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주>와 <용봉>은 모두 빠졌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주민들이나 도민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6개로 압축된 명칭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 내용이 공개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충남도에서도 도청이전 신도시의 명칭제정의 중요성에 반해 사실상 여론수렴이란 형식만 취했을 뿐 실질적인 여론수렴 과정이 생략됐고, 형식적이란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과 한 달여 남은 새 도지사의 취임에 앞서 4년여 동안 담아뒀던 도청신도시의 명칭제정을 지방선거 기간을 이용해 갑자기 서두르는 일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신도시 지명, 지명학적인 연구 뒷받침돼야

신도시의 지명을 정하는 과정에선 지명학적인 연구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충남도는 형식적인 여론수렴과 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조급행정에 주력한 인상이다. 신도시의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격(格)에 맞는 이름이 절실히 필요하다. 도시의 지명은 일단 결정되면 도시의 얼굴로, 또는 간판으로 그 도시와 영원히 운명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도시 지명의 생성 및 변천은 일반적으로 지명이 도시의 흥망성쇄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명은 언중(言衆)이 공유하는 공동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지명은 그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뿐 아니라 충남도민 전체, 또는 국민 전체, 혹은 전 세계가 공유한다. 더욱이 한 나라의 도청소재지가 될 도시 이름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가령 <한밭(大田)>이라는 지명을 보자. 지금의 대전광역시는 <넓은 밭>이라는 의미의 작은 시골 마을인 한밭에서 출발했다. 한밭은 최소 행정단위(里·洞)도 아닌, 겨우 닷새장이 서는 자연부락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편 두 행정구역이 통폐합되어 제3의 행정구역이 될 때 양 지역의 행정 지명에서 한 개의 지명소가 적절히 절취 배합되어 새 지명이 된다. 아니면 한 지명이 다른 한 지명을 흡수한다. 이것이 전통적인 새 지명 제정법이다. 예를 들면 <강릉>과 <원주>가 합쳐져 <강원도>가 됐고, <경주>와 <상주>가 결합해 <경상도>가 됐다. <전주>와 <나주>는 <전라도>의 모태이며, 충주(忠州)와 청주(淸州)가 결합해 충청(忠淸)도가 됐다. 이러한 방법은 두 지명에서 뿌리 하나씩을 가져다가 접목함으로써 원래의 뿌리를 통합해 새 지명에 잔존케 하려는데 주목적이 있다. 사실 이는 지극히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말 그대로 통합 지명인 것이다.

한국의 대도시 지명은 지난 수천 년 간 고유지명의 원형을 잃지 않은 채 이어오고 있어 역사성이 뛰어나고 지리적 특성도 잘 발휘되어 있다(셔벌>서울, 달구벌>대구, 한밭>대전)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역대 한국의 수도 지명(한성, 개주 등)은 해당 지역의 기존 지명에서 일부 절취하고 일부는 새로 지어 전통성과 새로움의 조화를 꾀했다. 행정시 역시 이러한 특성을 지명 제정에 반영, 이름을 통해 도시 건설의 정당성, 정통성, 친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충남도가 도청신도시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한 내포, 서해, 금북, 수안, 일송, 홍예 등 6개 명칭이 과연 충남도청신도시의 이름에 적절한가의 문제다. 6개의 명칭 모두가 생소하다는 설명이다. 충청도와 충남도청소재지를 상징할 수 있는 명칭이 아니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하는 이유다. 다만 <홍예>라는 이름만 홍성과 예산을 합치는 명칭일 뿐 <내포>라는 이름은 충청도 서부지역 일부의 한정된 지역을 일컫는 명칭이고, <서해>는 너무 포괄적이며, <수안>과 <일송>이란 이름은 억지작명이지, 합리적이거나 일반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충남도청신도시의 이름을 제정하면서 홍성과 예산군민을 포함한 충남도민들의 폭넓은 여론수렴과 지명학이나 국문학적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할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충남도청신도시 명칭 제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남의 정체성과 공동발전에 대한 비전 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도시의 명칭은 해당지역의 지명(地名) 등 지역성 특성을 반영하거나 새로운 도시비전과 위상을 부여해 제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청신도시의 경우에는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해 홍성과 예산의 공동발전 비전을 포함한 충청남도 도청 소재지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명칭이 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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