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복지향상으로 누구나 살고픈 농촌 만들자
상태바
여성농업인 복지향상으로 누구나 살고픈 농촌 만들자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6.18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업의 중심에 있는 여성농업인…단순한 농작업 보조자?
여성농업인 직업적 지위와 권리 인정해야


홍성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전체 농가인구가 2만 9425명으로 그 중 절반인 1만 4185명이 여성 농업인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꾸준히 늘면서 여성 농업인은 전체 농업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며 그 역할이 증대돼 왔다. 이젠 여성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농사일에서 여성은 주체가 아닌 보조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30대를 찾아보기 힘든 농촌에서 여성 농업인들이 농사일로 쌓인 피로를 풀 시설이나 지원프로그램 등 여성농업인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 농업인들이 단순히 농작업 보조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객관적인 조사에서도 입증된다. 후계농업인 133쌍을 대상으로 한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작업시간 등을 평가한 여성 농업인의 기여도는 60~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농업인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듯 열악한 사회․경제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여성 농업인들의 영농 부담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자녀 양육 등 가사와 영농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으로 크고 작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42·갈산)씨는 "하루종일 하우스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하다보면 온몸이 쑤시고 얼굴이 붓는 것은 물론 두통과 현기증이 나는 하우스병 증세에 시달리지만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어 진통제나 약으로 버틴다"며 고단함을 호소했다.

홍성군여성농업인센터 유정원 센터장은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소홀하다"며 "여성농업인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 교육여건 개선, 여성농업인 전용 농기계 개발, 농촌 독거여성 지원, 여성농업인센터 시설확충 등 여성농업인 지원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농촌 여성들이 농업경영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2008년 여성 농업인 실태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명의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여성 농업인은 21.3%에 불과했다. 이들 대부분도 남편과 사별한 고령 여성 농업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 농업인 스스로가 전문적인 농업인으로 자체 평가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 농업인이 무보수 가족 종사자로 간주되면서 각종 정책 대상자 선정이나 정책 자금 대출에서 제한을 받고 있고 농업 종사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교통사고 등 각종 재해 발생 시 명확한 직업적 지위가 없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사회보험도 독자적으로 가입이 안돼 안정된 노후생활 보장이 취약한 실정이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을 한 대가가 임금으로 지급되면 자신의 노동가치를 환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농업인들은 30년 일을 했어도 자신의 노동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 50년을 일해도 여전히 그냥 󰡐농가주부󰡑일 뿐이다. 물론 최근에는 배우자 명의로 일부를 남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남편 살아선 남편 땅이고, 남편 죽으면 자식 땅이 되는 이것이 여성농업인의 현실이다.

이렇듯 여성을 농업의 주체로 세우려는 정책은 늘 뒷전으로 미루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농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여성농업인이 제 역할에 걸맞은 대우를 보장받는 것, 그것이 농촌여성정책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여성농업인에 대한 권익보호와 더불어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여성에 대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천착해야 한다. 여성 농업인에 대한 실태파악과 현황 등을 분석하여 여성농업인의 눈높이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세심한 정책개발의 필요한 것이다.

여성농업인은 있지만 여성농업인 정책은 소홀
여성농업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배려 절실

선진국의 여성농업인 지원 사례를 보면 외국도 여성농민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지만,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나 독일의 경우엔 여성농민을 공동경영주로 인정하고 있다. 공동경영주로 인정한다는 것은 모든 농업정책에 포함되는 것과 동시에, 여성농민의 지위 향상을 수반한다. 또한 가족농업협력자 그 자체를 사회적 지위로 인정해 󰡐준 경영인󰡑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배우자를 돕는 여성농업인에 대해 세제상 특별혜택을 부여한다. 또 프랑스의 경우 여성농업인의 사회적 지위는 농업임금근로자, 농업경영주, 공동경영주, 가족종사자로 구분돼 있으며, 독일은 농가등록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공동경영주(공동종사자)에 관한 사항도 등록토록 했다.

이렇듯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공동농업 경영주>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대식 연구위원은 "공동(농업)경영주의 개념과 관련 정책이 도입되면 여성농업인이 농업경영의 주체로 인정돼 각종 사회보험에서 독립적인 가입자 및 수혜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로 정부의 각종 농업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해외 여성농업인의 지위 현황과 우리나라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인정하도록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하위법령에 농업인 확인제도와 가족(농가)경영협약 제도가 마련됐으나 관련법상 여성농업인의 지위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고 농지원부 및 농업경영체 등록제에서 여성농업인의 지위가 전혀 고려되지 못한 것과 또 가족경영협약 모델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가족 경영협약 추진이 미흡하고 홍보 및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경영협약은 가족중심의 농업경영 농가가 보다 합리적으로 농사짓고 조화로운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농업 관련된 내용을 가족과 함께 토의하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이 협약은 일본에서 정착된 것을 우리나라에 맞게 연구․도입한 것으로 여성농업인 지위향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제도이다. 일본은 가족경영협약 체결 및 확산을 위해 지역에서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의식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의 선도농가가 협약체결 농가를 관리·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경영협약 교육 및 체결이 지난 2004년 충남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처음 이뤄졌고 농림부 '제2차 여성농업인정책 기본계획'에 반영돼 2006년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협약에 대한 농가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족경영협약의 안정적인 정착 및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정원 센터장은 "제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홍보나 교육이 전무해 이를 보급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일회성 중앙 집체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꾸준한 교육․관리를 담당하면 협약이 자리 잡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여성농업인은 늘고 있지만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소홀하다"며 "여성농업인들에 대한 배려와 올바른 인식으로 여성농업인들이 직업적 농업인이라는 자부심과 확고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