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과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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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과 광복절
  • 김태영(홍성보춘지청)
  • 승인 2010.08.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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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영국의 지배 하에서 독립선언을 한 날이다. 이에 상응하는 기념일이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8월 15일 광복절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독립과 광복이라는 의미가 다르며, 일제 치하의 피맺힌 설움이 서린 우리의 광복절이, 이제 200년 지나 선조들을 편한 마음으로 기릴 수 있는 미국의 독립기념일과 같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독립국가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그 둘은 비슷하다.

비슷하면 도 다른 이 두 기념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것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정서에 있다.

1776년 영국으로 독립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 독립기념일이 되면 거리에는 성조기가 걸리고, 퍼레이드가 진행되며, 쇼핑몰들은 세일에 나서고, 핫도그 먹기 대회 같은 이벤트도 한다. 이 날의 가장 중심적인 행사는 불꽃놀이다. 매년 최대의 불꽃놀이 쇼가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사람들은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성조기가 그려진 모자와 티셔츠를 입는다. 나라 전체가 축제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불꽃쇼가 끝날 무렵에는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미국 국가가 캄캄한 밤하늘에 울린다. 미국 국가를 부르는 그들의 표정에서 애국심은 '저절로' 우러난다.

이에 비해 우리의 광복절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일제에 맞서는 항일 의병들, 굳게 입술을 다문 독립투사들, 가슴속 깊이 끌어 오르는 울분, 그리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분노와 증오…. 사뭇 경건하고 나도 모르게 묵념을 하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게 한다. 물론 일제의 만행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선조들을 생각하면 엄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도 광복절을 축제처럼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흘린 피눈물을, 우리도 피눈물을 흘리며 되새길 필요는 없다. 환호와 기쁨,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크다.

진정한 애국심은 딱딱한 기념식과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때 더 크게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우리가 광복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성숙해질 때가 된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들의 마음에는 필시 환호와 기쁨이 있었을 것이다. 웃는 얼굴, 두 손 번쩍 든 모습을 한 채 그들은 광복을 고마워하고 즐겼을 것이다. 마치 축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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