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걱정보다 견디기 힘든건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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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걱정보다 견디기 힘든건 외로움…"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8.2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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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60여년 홀로 살아온 장흥순 할머니

5평 남짓한 장흥순(86)할머니의 월세방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와 탁한 공기로 숨이 막힐 정도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 창문을 찾았으나 화장실에 나 있는 조그만 창문이 전부다.

서산 해미가 고향인 장 할머니는 19세때 외아들인 남편과 결혼한 후 대를 잊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구박을 받으며 모진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무섭기만 한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한 장 할머니는 결국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채 시댁을 쫓기듯 도망쳐 나왔다. 이후 남의 집 가정부 일부터 화장품판매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된 삶을 살았다.

기억이 가물거려 언제 홍성에 정착했는지는 모르지만 장 할머니는 60여년을 홀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홀로 끼니를 챙기며 잠시 바깥 바람을 쐬고 오는 것이 전부인 하루일과가 익숙할 만도 하지만 외로움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성격이 강한 탓에 외롭다는 생각은 많이 안하고 살았어. 하지만 몸이 아파 거동이 어렵다보니 이제 혼자 방안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왜 그런지 모르겄어."

정부지원금과 청로회, 장애인복지관 등의 보살핌으로 고단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장 할머니는 "혼자 사는데 돈은 먹고 살 정도면 돼.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닌디…"라며 2년만 더 살다 조용히 저 세상으로 떠났으면 한다고 하소연한다.

언제 죽을지 몰라 미리 수의를 장만해 놓았다며 고이 접어 보관해 놓은 수의를 꺼내 펼쳐 보이는 장 할머니는 "언젠가 단칸방에서 숨진 독거노인이 수의 없이 달랑 이불 한장에 싸인 채 입관되는 모습을 봤다"며 "이 세상에서 힘들게 살았지만 저 세상 갈 땐 곱게 가고 싶다"며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명절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갈곳 없고 찾아오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히 지내야 하는 장 할머니를 비롯한 독거노인들에게는 명절이 한없이 서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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