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찰떡콤비 "희망을 들어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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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찰떡콤비 "희망을 들어올리겠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9.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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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충남장애인체전 MVP 수상한 박인철선수와 고인규 코치


몇일 전 끝난 충남장애인체전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는 5일 열리는 전국대회 출전을 위해 무거운 역기를 쉴새없이 들어 올리며 맹훈련에 돌입한 박인철 선수(34).

제16회 충남장애인체전에서 역도 80kg급에 출전해 대회 MVP를 수상한 박인철 선수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다.

초등학교 4~5학년 시절, 돌연 찾아온 장애에 박 선수는 물론 가족의 고통은 매우 컸다. 하지만 2001년, 장애인복지관의 도움과 권유로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시도해 본 박 선수는 모든 종목에 재능을 보일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그중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박 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종목이 역도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역도와의 인연은 박 선수를 역도 최강의 선수로 만들며 '제2의 인생'을 살게 했다.

매사에 끈기와 집념이 강한 박 선수는 역도에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2001년 제21회 충남장애인체전과 2003년 천안 장애인전국체전에서 매 대회 전관왕을 수상하고 2008년 전국장애인체전 우수상, 2010년 충남장애인체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입상 기록을 자랑한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박 선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을 꼽으라면 부모님과 역도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고인규 코치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인규(53) 코치는 박 선수가 역도를 시작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을 하루같이 열과 성을 다해 지도를 하고 있다.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이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찰떡콤비인 것이다.
고 코치 역시 27세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지체장애 3급을 가진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현재 장애인복지관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며 복지관 차량 운행과 체육 분야를 맡아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대회 3~4개월 전부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하루 4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고 코치는 때로는 형처럼 또 때로는 무서운 지도자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에 맞춰 박 선수를 비롯한 역도부 선수들은 맹훈련에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실력을 쌓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고 코치와 박 선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의좋은 형제 또는 부자지간의 정겨운 모습이 보여 미소를 짓게 했다.

고 코치는 "인철이는 고집이 세서 훈련 도중 가끔 말을 잘 안 듣는 경우가 있지만 한번 시작하면 끈기와 집념으로 최선을 다해 실력이 날로 늘고 있다"며 대견해 한다.

장애인 선수들이 실력이 늘어나는 만큼 자신감과 함께 장애 앞에 당당해 질 수 있다 말하는 고 코치는 "사회참여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던 장애인들이 체육을 통해 각종 전국대회에 나가 넓은 세상을 접하며 삶의 의욕을 되찾고 있다"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과 장비, 지도교사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가오는 전국체전에서 충남대표로 출전해 종합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고 코치와 9명의 역도부 선수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희망을 향해 세상을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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