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와 교사가 꿈꾸는 교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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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와 교사가 꿈꾸는 교실 풍경
  • 현자(홍성여자중학교 교사)
  • 승인 2010.11.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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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초․중․고교에 학생체벌 전면금지 지침이 하달됨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교칙 제정과 대처 방안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기색이다.

최근 학생 체벌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논란이 뜨거웠다. 이제 우리 사회의 인권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하나, 이에 걸맞은 공중도덕심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대하는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한 발 물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체벌을 금지하는 사회분위기는 합리적인 대안책만 전제된다면 지극히 시대에 맞는 일이다. 학생과 교사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수업하는 것은 전교사가 꿈꾸는 교실 풍경이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교의 경우는 부분적이나마 눈앞에 닥친 현실과 학생들도 어느 정도 성숙해져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보지만, 대부분 중학교에서의 상황은 속수무책이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교단에 올라서도 상당수 아이들은 야단법석을 떤다. 참다못한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라, 조용히 해라, 고함을 지르다시피 해야 겨우 자리에 앉는 아이들. 자리에 앉고도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해대느라 책상 위에는 교과서도 꺼내 놓지 않기 일쑤다. 몇 번 더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어렵게 수업은 시작된다.
엊그제 수업 시간에 겪은 일이다. 앞자리 두 녀석이 초반부터 조잘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내 목소리 보다 더 커진다. 연거푸 두어 번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건만 안하무인이다. 지난번에도 꾸지람을 들었던 녀석임을 아는 순간 화가 북받친다. 일차로 교실 뒤로 내보냈다. 거기서도 둘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내 자식이면 회초리라도 한번 때려보련만. 최근 체벌 금지 분위기로 수업시간에 지시봉으로 쓰던 것마저 내심 오해를 살까 놓고 다닌 지 오랜 지라, 내 머리 속에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분주히 오갔다. 내버려 두지 뭐, 아니야, 수업시간인데 최소한 다른 사람한테 방해는 하지 말아야지...

할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복도로 내보냈다. 그런데 복도로 나가더니 반성은커녕 보란 듯이 더 깔깔대고 이래저래 수업은 반 동강이 났다. 마침 종례를 하기 위해 교실로 오던 담임선생님도 알고 말았다. 아마 나 모르게 각 가정에 전화까지 한 모양이다.

다음 날 출근직후 수업자료를 챙기고 있는데, 한 학부형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번득 어제 일이 직감적으로 스쳤지만, 교사로서 크게 실수한 것은 없기에 단단히 맘을 먹고 학부모와 마주 앉았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께서 집으로 전화를 다 하셨겠어요. 자식 키우는 일에 자존심이 어디 있어요.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신 것은 제발 도와 달라는 뜻이라 생각해서 사과도 드릴 겸 이렇게 잠깐 들렀어요. 어제 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용서해 주시고 선생님 속상한 마음 푸셨으면 해요."

순간 나 역시 자식을 키우는 학부모 입장으로 과연 나는 이럴 수 있을까, 예기치 않은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찡해졌다. 바쁜 아침 시간이지만 대화를 통해 학생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고, 나를 믿어준 학부모와 라포(Rapport)가 형성되면서 더 열심히 지도해야겠다는 의욕과 용기가 생기고 찜찜했던 마음까지 환해졌다.

학생체벌 전면금지 지침이 서울시교육청을 시발로 전국으로 확대될 추세다. 교사들은 다양한 대안의 노력 없이 체벌의 필요성과 교권만을 내세워도 안 될 것이요, 학부모 역시 학생에게만 유리한 권리해석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 간 격의 없는 친밀한 협조가 그 어떤 대안보다 우선되어야 할 교육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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