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동ㆍ여성, 성폭력으로 부터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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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동ㆍ여성, 성폭력으로 부터 안전하지 않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2.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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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ㆍ장소 구분 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올해 성폭력 상담건수 647건
사회 복지적 차원에서 성폭력 대처 위한 전략적 접근 필요


 #사례 1 지난 9일 오후 5시 경 서산에서 홍성으로 향하던 시외버스 안에서 30대 남성 A씨가 20대 필리핀 여성을 성추행 한 혐의로 붙잡혔다. 평소 알콜 중독 증세로 만성 주취자 행태를 보여 온 용의자 A씨는 버스 내에서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옆 자리에 있던 외국인 여성의 몸을 더듬고 옷까지 벗는 추태를 부렸다. 피해 여성은 앞자리로 몸을 피했지만 성 추행범은 다시 쫓아와 치근거렸다. 다른 승객들이 여성을 돕기 위해 나섰지만 성 추행범은 아예 입구를 막아서고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례 2 지난 6월 관내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학교 뒤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하교하던 중 학교 인근에 살던 A(20)씨가 여학생을 뒤따라가 성추행하려다 여학생의 재치로 A 씨가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다음날인 16일에도 관내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여학생을 위협하다 학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사례 3 지난 7월, 경기도에 사는 A(56)씨는 S 아파트 앞,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B양(초등 5학년)에게 접근해 학교선생이라 속이고 도와 달라며 10여분에 걸쳐 유괴를 시도하다 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주민 C(34)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성폭력은 더 이상 몇몇 운 나쁜 여성만 당하는 일이 아니다. 사례에서 보듯 성폭력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 중의 하나로, 지역 내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성폭력으로부터 아동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성읍에 사는 고 모(43)씨는 "환한 대낮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데 딸을 둔 부모로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며 "아동과 여성들이 성폭력을 비롯한 폭력의 위협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충분한 지지와 엄호를 받는 환경과 사회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39)씨는 "학교 주변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유해환경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학교를 나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 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성폭력상담소의 올해 상담건수가 647건, 홍성가정폭력상담소 상담건수가 577건에 달한다.

이제는 막연한 불안과 조심만으로 성폭력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내 아동과 여성들이 성폭력의 불안에서 보다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실태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사회 복지적 차원에서의 성폭력 대처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서비스가 좀 더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우선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성폭력 상담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집단보호 및 치료, 재활서비스가 확대ㆍ제공될 수 있도록 임시 보호소 및 보호시설을 확충 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아동 성폭력이 아는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신고가 쉽지 않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성폭력 피해아동을 보호ㆍ치료할 수 있는 특수 위탁보호가정이나 시설의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후 거치게 되는 병원, 경찰서, 법원, 상담기관, 사회복지시설 및 유관기관 간의 효과적인 연계와 의뢰체계가 확립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신속하면서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제공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열린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 회의에서 성폭력상담소 한병래 소장은 "성폭력으로 인해 심리적ㆍ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 여성 및 가족들을 위한 지역사회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성폭력을 겪은 모든 여성들이 상처를 치유, 극복하고 존엄하게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신체적ㆍ정신적 경제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 내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우선되어야 하고 피해자 관리 위주에서 가해자 관리방안 마련에 대한 연구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동ㆍ여성보호 지역연대가 형식적으로 단순한 홍보성 캠페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주민 김 모(43)씨는 "이제는 시간ㆍ장소 구분 없이 발생하는 온갖 다양한 방법의 성폭력으로부터 지역 내 아동․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역연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연대를 활성화 시켜 지역사회 전체가 아동ㆍ여성 보호를 위한 기관별 연계망과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ㆍ여성 지역연대 위원장인 이완수 부군수는 "아동ㆍ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기관 간 정보공유를 통해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지역안전망을 구축해 폭력과 범죄로부터 아동과 여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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