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여성의 날'에 본 홍성 여성단체의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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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여성의 날'에 본 홍성 여성단체의 파행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1.03.1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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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얼마 전 어떤 여성 단체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참으로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단체의 올해 예산이 상당 부분 삭감되어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군의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항의를 했더니 "애 다섯 명을 돌보는데 무슨 할 일이 그리 많다고 사람을 둘씩이나 고용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단체장은 "혹시 한 번이라도 하루 종일 혼자서 당신의 아이를 오롯이 돌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대꾸도 없더라는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지 않았으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노동인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가사 일을 돕지 않는 남자들을 탓하고자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은 맞벌이 세대가 많아져 예전과는 달리 많은 남성들이 가사 일을 분담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다수 남성들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너무 좁다는 거다. 내 어머니가, 내 누이가, 내 아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조금만 배려하고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보면 길라임과 김주원이 서로 몸이 바뀌어 상대의 입장에서 살게 되는 설정이 나온다. 바뀐 몸으로 상대방의 삶을 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 커지며 사랑도 깊어졌다. 이처럼 가끔 일 년에 며칠이라도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꿔 살아보면 어떨까? 아마도 대한민국의 이혼율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 미친다.

한편 일부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도 100년이 넘었고 여성의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가면서 "더 이상 여성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정치ㆍ사회ㆍ문화적 권리는 물론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도 사실이다. 많은 개선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가만히 우리 지역의 여성단체를 들여다봤더니 지역 여성 지도자들이라 할 수 있는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말 차기 여성단체협의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 후유증을 지금까지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홍성군의 7개 여성단체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여성단체협의회를 탈퇴했으며, 심지어 '홍성여성단체연합회'라는 새로운 단체가 조직되는 등 양쪽이 팽팽하게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군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다음 주 중 군청에서는 양측 관계자들의 만남을 추진하여 중재와 조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 시점에서 양측 모두는 더 이상 갈등과 내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마음을 열어 상대측과의 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홍성지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하나로 단결된 조화로운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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