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처녀를 닮은 민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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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처녀를 닮은 민족성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4.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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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바람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 과학은 일조량이 많아지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고,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들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로 증명하였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사계절의 구분이 가장 뚜렷한 나라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은 호르몬변화를 극심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환경 속에 살고 있으므로 매우 역동적이며, 즉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이것을 나쁘게 해석하여 냄비근성으로 표현하고, 단결이 부족하며 무엇이든 쉽게 잊어버려 같은 잘못을 무한 반복한다고 말한다.

즉흥성과 역동성은 개인들의 개성과 창의성 그리고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라는 매우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하여 마치 벽돌을 찍어내는 듯한 획일적인 교육정책과 수직적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패러다임을 가진 사회구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각종 분야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불가사의한 민족으로까지 비추어 지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건설 붐을 일으킨 것은 척박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신명이라는 즉흥성과 창의성이라는 상황대처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국의 가전제품들이 중동시장에서 50%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나라 제품들은 보자기로 덮어놓고 사용한다고 하니 그 위상과 신뢰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어떤 특정국의 제품이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다른 나라 제품을 보자기로 가려 놓고 사용하는 것은 경제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한다.

중동이 한국제품을 신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중동진출 초기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일을 했고, 그 결과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공사 진행속도가 무척 빨랐다고 한다. 우리가 외국인들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듯이 그들의 눈에는 매일 똑같은 사람들이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일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며칠 여행이라도 갔다 올라치면 새로운 건축물이 뚝딱 완공되어 있으니, 뜨거운 한낮에는 쉬고 비교적 선선한 아침저녁으로 잠깐씩 일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정녕 '신기루를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로 비춰졌다. 그래서 중동사람들은 신기루를 현실로 만드는 나라의 제품들은 품질을 떠나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신명과 개성의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시나위(즉흥성)로 특정 지어지는 우리 음악을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음악은 화음을 생명으로 한다. 그래서 시나위공연의 공연자들은 전체가 만들어가는 화음 속에서 서로의 흥을 육감으로 느껴 돌아가면서 개인의 기량을 한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소리에 있어서도 소리꾼은 장단을 책임지는 고수의 박자만 타고 갈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다시 말하면 서양음악은 오선지 안에서 작곡가가 의도하는 음의 높낮이가 미리 정해져 있고 그것에 따르는 것이 최고이지만 우리 음악은 소리꾼의 감정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가야금 즉흥연주의 대가인 심상건 선생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였다고 한다. 학생들은 매일 연주하는 가락을 눈을 감고 칠 정도로 숙달이 되었는데도 언제나 틀렸다고 야단을 쳤다. 그래서 한 학생이 녹음을 해서 내밀며 따졌다. 그러자 심상건 선생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이건 어제의 가락이지 오늘의 가락이 아니다"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개성과 즉흥성이라면 '태안기름유출사건'때 버스를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놀라운 모습이나, 독립선언문 낭독과 동시에 민족대표라고 이름을 걸었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변절해서 실질적인 지도부가 없는 가운데 전국으로 번져나간 3.1운동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서거를 애도하는 끝없는 조문행렬 등은 우리의 역동성이라 하겠다.

지진관측이래 최고라는 일본의 3.11지진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기계적인 행동에 세계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우리의 많은 언론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언가 부족한 시민의식을 가졌다고 생각 할 만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한 침착한 질서의식과 타인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은 있으나 1억3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200만 명의 이재민을 돕는데 있어서 '태안기름유출사건'에서 보여주었던 우리와 같은 역동성과 동포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통 크게 도와주는 것 역시 우리의 역동성과는 무관할 수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인들에 비해서 우리가 무언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심어지는 보도 행태는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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