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립전 예산’ 선심성사업에 쓰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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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전 예산’ 선심성사업에 쓰면 곤란하다
  • 홍주신문
  • 승인 2011.04.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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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란 숫자로 표시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자 하는 정책의사결정 과정이며,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화폐단위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 예산편성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일종의 과학이다. 미리 예측하고 분석해 한 해 동안 사업별로 쓰이는 돈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이 잘 짜여지면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효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예산의 적정한 편성 여부에 따라 같은 돈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지자체들은 예산편성에 머리를 싸맨다. 들어올 돈은 얼마이고, 이를 바탕으로 어디에 얼마를 쓸 것인가를 미리 예측해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입을 잘못 예측하면 적자예산이 될 것이고, 세출예산을 잘못 편성했을 땐 적자 혹은 불용처리 등을 감당해야 한다. 그 만큼 군정의 전반을 꿰뚫어야 하고, 세밀성과 예측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실제 예산을 집행하다 보면 본예산과 다른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중간에 바로잡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추경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쓰임이 미리 정해져 내려오는 국·도비교부금 등의 예산이 있다. 바로 ‘성립전 예산(선집행 예산)’이란 것이다. 시급성 때문에 선 집행을 하고 추후에 의회의 의결을 받는 예산이다.

최근 ‘성립전 예산’을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성립전 예산이 제멋대로라면 안 된다. 지방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기 전에 미리 집행하는 예산이라고, 뚜렷한 기준이 없거나 선심성 사업에 펑펑 쓰인다면 주목해 볼 일이다. ‘성립전 예산’은 사전집행이란 특성 때문에 사실상 의회의 예산심의나 의결권을 무력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의회의 고유권한을 제한할 만큼의 긴박하고 요긴한 사업에 극히 예외적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생색내기용, 선심성이나 민원해결용 사업에 쓰는가 하면, 성립전 예산을 사용한 이후 사업이 실패해 주민의 세금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의 ‘성립전 예산’은 예산제도를 악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리 쓰고 본다’는 점에서 의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지자체의 예산은 주민들의 혈세로 충당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사전 심의가 있어야만 낭비적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예산에 대한 의회의 심의권과 의결권을 두는 것도 혈세의 낭비적 요소를 없애자는 뜻이다. ‘성립전 예산’이 선심성, 민원성 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성립전 예산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한 조치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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