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어 꿈과 희망이 생겼어요”
상태바
“일흔이 넘어 꿈과 희망이 생겼어요”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06.30 12: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Q 정보기술자격증 취득한 임영자 (광천읍 신진리·73) 할머니

임영자 씨는 2004년부터 노인복지회관에 다니며 다양한 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교육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 임 씨는 어느날 남편을 따라 간 부부동반모임에서 자극을 받아 컴퓨터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애기 엄마부터 나 같은 할머니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이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했다느니, 고스톱을 치는데 너무 재미있다느니 나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군요. 컴퓨터에 대해 나만 잘 모르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끼다 영영 뒤처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당장 군청에서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 준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컴퓨터 공부가 임 씨 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줬다. 임 씨는 군청에서 기초를 배우고 복지관에서는 자격증반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서예, 사군자, 합창부, 사물놀이 등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면서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그 동안 잊고 지닌 꿈과 희망을 다시금 갖게 됐다고 말하는 임 씨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니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고 털어놓는다.

“나이 먹어 자격증을 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대회에 나가 상을 타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주위에서도 취미로 하지 뭘 그렇게 어렵게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느냐고 하는데 무슨 일이든 경쟁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검색이 자연스럽지만 처음엔 너무 어려웠고, 고비를 넘기니깐 요즘엔 참 재미있어요. 나이가 들다 보니 자꾸 잊어버리는 게 많은 데 그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기억을 되살립니다. 예를 들어 오이지를 담글 때 ‘오이지’라고 검색하면 아주 자세한 설명이 잘 나와 있어요. 지금까지 살림하면서 알아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새로운 요리법도 알게 되고 답답하게 신문을 보는 것보다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서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라고 말하며 집중해서 하면 1분에 270타 정도는 나온다며 부끄러운 듯 웃으신다.

“아버지 덕분에 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한테 너무 고맙습니다. 그러나 가끔 지난 생이 후회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처녀 때 읍·면 부녀지도원을 해 보기도 했지만 결혼을 하면서 남편을 보필하며 살림만 했거든요. 사회생활을 못해 본 게 조금 아쉽습니다. 자꾸 퇴화되는 것 같고 남의 돈을 못 벌어봤다는 게 좀 속상해요. 그래서 딸한테는 엄마처럼 살지 말라며 남편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 활달하게 살라고 말합니다”

임 씨는 물론 남편의 이해와 시어머니의 배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어머니께서 2년 전 95세로 작고하셨는데 돌아가시면서도 해준 게 없었다면서 고맙다고, 죽어서라도 널 꼭 도와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단다. 나부터 맘을 열면 고부 갈등이란 없다고 말씀하시는 임 씨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첫발을 내디디기가 어려워요. 나도 친구랑 같이 복지관에 나가보자고 말을 꺼낸 지 6개월 만에 나올 수 있었어요. 처음엔 망설여지지만 막상 복지관에 오면 왜 진작 활동하지 못했었나 후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도 집에서 웅크리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빨리 집 밖으로 나오라고 말하고 싶어요”

임 씨는 80이 될 때까지 컴퓨터 관련 전국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는 게 꿈이란다. 지난 대회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 90명 중 3명만 상을 받는데 4등을 해서 너무 아쉬웠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임 씨.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여기면서 살면 건강한 것 같아요. 별 것은 아니지만 다른 데 가서 자랑할 수 없지만 자식들한테는 자랑을 했어요. 나이든 할머니가 컴퓨터를 배우면서 대회에도 나가고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손주들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요?”

임영자 씨는 연세에 비해 참 고우셨다. 소녀 같은 부끄러움과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임 씨를 더욱 곱게 만들어 주는 요인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배월선 2011-07-02 22:01:51
모든것이 부족한 데 꿈과 희망을 주시는 언니 언니 참 정다운 한마디 입니다
속으로 너무좋아서 혼자 뒤돌아 즐거워 하면 오늘 하루를 지냈어요
언니 짧을 글이라도 모든내마음이 니까 받아주세요 좋은 꿈꾸시고 안녕!!!배월선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