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한자리에 모인 이색 ‘가족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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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한자리에 모인 이색 ‘가족체육대회’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8.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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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리 강몽윤(92세) 할아버지 가족의 특별한 여름휴가


부부와 자녀 등이 함께 사는 4인 가족시대가 해체되고 이제 1~2인 중심으로 바뀐 ‘나홀로 가족시대’가 도래했다. 3대가 모여 사는 시끌벅적한 대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돼버렸다. 3대는 커녕 2인 가족, 즉 부부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여유로운 여가활동과 풍족한 삶을 위해 2세를 거부하는 딩크족이 등장한지 오래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소가족 지향의 세태 때문인지 강몽윤(92) 할아버지의 가족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남당리가 고향인 강몽윤 할아버지는 배우자, 이 숙(87) 할머니와 백년해로 중이다. 두 분 밑으로 2남 7녀를 두었다. 흔히들 말하는 ‘득남’을 위해서도 아니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고들 했지만 자녀들은 자연이 준 선물과도 같았다.

이 아홉 명의 자녀들이 제각기 배필을 만나 일가를 이루었다. 밑으로 많게는 2남1녀, 적어도 두 명의 자녀들을 두었고, 때문에 강 할아버지의 손자·손녀는 모두 20명이다.

이 20명의 손주 중에서 8명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고 그 밑으로 9명의 딸과 4명의 아들을 낳았다. 때문에 강 할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 20명에 증손주 13명을 두었다.

4대에 걸쳐 총 44명의 가족들로 구성된 강 할아버지 일가가 지난달 31일 남당리 보건소 공터에 모여 ‘가족 체육대회’를 열었다.

강 할아버지의 첫째 아들인 강호권(56) 씨. 그의 둘째 아들인 강인철(34) 씨는 가족 체육대회준비에 특히나 열심이었다. 현재 혜전대학 앞에서 빠사시라는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인철 씨는 “대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라고 말했다.

가족체육대회에 앞서 특별한 행사를 이웃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강 씨는 “매년 모든 가족들이 휴가기간을 맞춰서 모였는데, 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체육대회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재작년 할아버지가 뇌수막염으로 큰 수술을 몇 차례 받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이신 적이 있었고, 당시 온 가족이 똘똘 뭉쳐 할아버지의 쾌유를 기원했다”며, “지금은 수술 경과가 좋아 예전처럼 건강을 되찾으셨다. 그 일을 계기로 가족들 간 단합이 더욱 잘 된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강 할아버지 가족의 체육대회는 여느 기관체육대회보다 활기차고 웃음이 가득했다. 나이 어린 증손주들이 체육대회 프로그램을 일주일 전부터 짜고, 가계도까지 그렸다. 강 씨에 따르면 체육대회는 길면 2박3일, 짧으면 1박2일에 걸쳐 진행된다. 낮에는 체육대회를 하고 밤에는 온 가족이 모여 대화꽃을 피우다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라고 한다.

올해 가족 체육대회가 열린 지난달 31일은 중부지방의 집중호우가 예보됐었다. 그러나 강 할아버지 가족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보건소 옆 공터에 모여 계획했던 대로 체육대회를 진행했다. 다행히 오후 늦게야 비가 내려 체육대회는 무난히 진행됐다.

줄다리기, 족구, 가족계주, 닭싸움, 입으로 과자 옮기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은 하루였다. 이 가족은 경품까지 준비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도 주었다. 냄비, 슬리퍼, 욕실용품 등 주부냄새 가득한 소박한 경품에도 뛸 듯이 기뻐했다.

강인철 씨는 마흔 명 넘는 대가족의 구심점은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말했다. 강 씨는 “조부모님의 건강이 우리 가족의 큰 힘”이라며, “체육대회를 통해 조부모님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 할아버지 가족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남당리에서 가족대회를 열 계획이다. 지금은 44명의 가족이지만 내년에는 46명, 내 후년에는 50명의 가족으로 불어날 것이라니 이처럼 흐믓하고 의미있는 체육대회가 또 있을까.

수도권내 1인 가족 비율이 2인가족의 비율을 뛰어넘었다는 통계가 나오는 지금, 강 할아버지 가족의 체육대회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전형을 보여주며, 가족단합의 좋은 예를 제시하는 강 할아버지네 가족체육대회가 4대를 뛰어넘어 5대, 6대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홍성의 명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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