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국가 경제의 관건은 재정 건전성 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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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국가 경제의 관건은 재정 건전성 유무다
  • 전만수 본지자문위원장
  • 승인 2011.08.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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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6일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여파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를 강타하여 아시아 주요국가의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가히 금융 쓰나미라고 불릴 수 있는 상황이다.

8일 현재 우리나라의 코스피는 74.49포인트(3.82%)가 빠진 1869.45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3포인트까지 빠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서울 쇼크’는 핵폭탄이었다. 중국의 상하이지수(3.79%), 일본의 닛케이지수(2.18%) 또한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2008년 9월 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적인 투자 회사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의 판박이다. G1으로서의 미국의 위력을 가히 맛볼 수 있는 기회라면 분명 불행한 역사다. 미국이 부도가 난 것도 아닌데 파장이 크게 확산되는 데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몫하고 있다. 미국 경제를 위시한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다. 미국경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는 “더블딥을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Mission Impossible)”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또한 파장의 확산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각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신뢰 추락이 더욱 문제라는 S&P의 논평이 이를 압축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여야간에 극한적인 정쟁에 매몰되어 있다. 미국의 국가채무 증액에 대한 여야간의 벼랑 끝 협상이 결과한 수업료는 너무 크다.

지난 1일 러시아 푸틴 총리는 “미국은 세계경제의 기생충같은 존재”라며 무책임성을 질타하였고 중국 또한 비판의 고삐를 당겼다. 미국의 상부구조 구성원들은 최악의 경우 기축 통화인 달러만 찍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1997년의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위기나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금융위기는 금융정책의 미숙이 빚은 일과성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경제 대란은 일회성의 쓰나미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소위 ‘재정위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지향하는 복지국가로의 행진은 막대한 재정수요를 요구한다. 디폴트(채무불이행)위기에 봉착한 남유럽의 대표격인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과도한 복지재정지출의 누적에 기인된 피로증후군이다. 시작이야 적은 규모이나 지속되면서 불어나는 복지 재정의 속성이 결국은 국가의 미래를 발목 잡은 형국이다.

주요국가의 GDP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말 기준(추정치)으로 일본 204.2%, 그리스 136.8%, 이탈리아 132.%, 아일랜드 112.7%, 포르투갈 98.7%, 미국 98.3%, 프랑스 97.1%, 영국88.8%, 독일 81.3%, 스페인 78.2% 순이다. 일본의 경우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나 대부분의 국채를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채규모는 1/4분 기준으로 3800억$ 수준이다. 연말이 되면 436.8조원 규모로 GDP 수준 35.1%에 이를 전망이다. OECD평균이 78.8%이니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신인도가 낮고 과도한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풍(外風)에 취약한 구조다. 증시의 폭락 진폭이 어느 나라보다 큰 것은 이런 구조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여타 선진국의 경우 30~40%인 무역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자원빈국의 서러움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적정 채무규모는 35.2%대라 하니 아직은 건전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최근의 부채 증가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2000년 10%, 중반까지 17%대에 머물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공기업의 부채로 이전시키는 분식회계 경향이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수자원 공사에 8조원을, 적자인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 철도공사에 1.2조원을 이전시켰다. LH공사는 부채가 이미 100조가 넘은 상태다. 산술적 수치만을 강조할 여유는 없다.

건전재정은 꼭 지켜야할 보루다. 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의 조기 극복은 기본적으로 튼튼한 재정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물론 부채의 성격도 중요하다. 적자성 부채나 단기성 외채비중이 높을수록 위험요인은 크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위기에 강한 응전력이 출중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재정수요는 높아진다. 평등, 보통선거는 필연적으로 복지수요를 양산한다. 아무리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해도 ‘임시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는 평범한 경험적 진리를 이길 수 없다.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양대 선거의 재정압박은 불문가지다. 이미 복지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재정건전성 유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냉정한 국민의 평상심이 중요한 시점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지 않는가? 있어야 복지도 가능한 것이다. 곳간을 채우고 지키는 정치가 진정한 정치다. 박재완 재경부장관의 말처럼 “쓰는 것이 경제가 아니라 모으는 것이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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