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는 지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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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품는 지역사랑
  • 서상목 21세기교육문화포럼 이사장
  • 승인 2011.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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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청권과 홍성·예산지역에서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고 있다. 우선, 홍성과 예산의 오랜 염원인 충남도청 이전이 현실화되어 내포신도시의 건설이 본격화되었고, 내년 말부터 충남도청, 교육청, 경찰청 및 산하기관들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정치권의 쟁점이 되었던 세종시 계획도 확정되어, 내년 7월부터는 총리실 등 16개 중앙정부기관과 20개 소속기관들이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전국 모든 지역이 유치를 간절히 원했던 초대형 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역시 대전 대덕단지를 중심으로 둥지를 틀 예정이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제2의 수도가 되고 대덕과 오송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일원이 과학과 미래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이제 충청권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미래발전의 중심축이 된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 내포시대를 여는 홍성·예산인의 새로운 정신은 ‘세계를 품는 지역사랑’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계화를 의미하는 ‘global’과 지방화를 의미하는 ‘local’을 합친 글로컬(glocal)이라는 합성어가 있다. 이는 ‘세계를 품는 생각을 하면서’(think globally), ‘고향사랑을 실천하는’(act locally) 의미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새로운 지혜라고 생각된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로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폭 넓게 생각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세계화 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의 성공전략은 무조건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고유의 장점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은 “나를 이긴 것은 생각의 힘이다”라고 하면서, 중국과 추종세력의 견제는 물론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극복하면서 한글을 창제하는 위대한 과업을 이루어 냈다. 내포신도시 건설은 홍성·예산지역이 떠오르는 충청권의 새로운 중심이 된다는 기대를 안겨줌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전권과 세종시와의 인구유입 경쟁에서 내포신도시가 이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내포신도시로 인해 홍성 및 예산의 구도심 지역이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보이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 또한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정책보다는 충청인, 특히 홍성·예산의 ‘생각의 힘’에 달려있으며, 이에 대한 답은, 한편으로는 역사적으로 사상과 문화의 관문이자 물자유통의 주요 경로였던 내포지역의 개방과 포용성 그리고 진취성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충절을 중요시 여기는 홍성과 예산의 정신문화적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학자들은 지난 2세기 동안 지속된 대서양시대가 막을 내리고 21세기에는 미국서부와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부상되는 태평양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는 태평양 시대의 핵으로 부상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허브(hub)국가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태평양시대 동북아의 정신문화적 허브’를 내포지역발전의 기본목표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포신도시를 도시공학적으로 훌륭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 물론 더 나아가 동북아에서 새로운 문화적 표상이 될 수 있는 내포문화권을 확실히 구축하는 것이다. 내포문화권 구축은 신도시보다는 홍성과 예산의 구도심을 중심으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도시 건설에 따른 구도시의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또한, 홍성과 예산이 내포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면, 신도시의 생활여건도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대전권과 세종시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내포지역은 홍성, 예산은 물론 태안, 서산, 당진, 보령, 서천, 청양 등 주변지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내포문화권 개발 역시 이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도청 이전을 계기로 내포문화에 대한 도 차원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내포문화 만들기 과정에서 선봉적 역할은 내포지역의 중심에 있는 홍성과 예산이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포문화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위한 연구 수행과 더불어 역사적 전통을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는 홍주성 복원, 내포문화숲길 조성 등은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이를 더욱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전략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지역발전은 경부선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근대화가 일본의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급속히 부상함에 따라 경기도와 전북을 잇는 서해안과 내포문화권을 축으로 한 새로운 지역발전전략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화성, 평택 등 경기도의 서해안 지역은 이미 상당 수준의 성장동력을 얻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추세는 충남의 서산, 아산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의 서해안 지역도 새만금사업의 추진으로 앞으로는 새로운 발전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포신도시 건설과 도청 이전은 내포지역을 서해안 시대의 중심축으로 부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내포문화권 형성을 위한 치밀하고도 종합적인 대책의 수립·추진이며, 이를 위해서는 홍성·예산인 모두가 ‘세계를 품는 지역사랑 정신’을 굳게 갖는 것이 필요하다.

[ 서상목 ]
△홍성읍 오관리 출신 △미국 스탠퍼드대 졸(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제13, 14, 15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현, 도산기념사업회 이사 겸 교육위원장 △현,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현, 21세기교육문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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