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을에 취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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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을에 취하겠는가!
  • 한학수 칼럼위원
  • 승인 2019.10.24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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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향기는 십리를 가고, 꽃향기는 백리를 가며, 책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책 읽는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한다. 사려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하는 일을 평소에 많이 습관화해야 한다. 혹자는 한 사람의 눈빛과 그가 가진 상상력의 두께는 그 사람이 읽은 레퍼런스의 두께와 비례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표현일 게다. 형형색색 옷 갈아입는 가을에 느낌이 있는 말이다. 그래서 행복이란,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거다.

비트겐슈타인도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기는 변화다. 방향은 선회다. 그래서 ‘더 소중한 삶을 위해 지금 멈춰야 할 것들’에서는 끈기가 과연 능동적인 행위인지 묻고 있지 않은가. 끊임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수양하는 삶의 태도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승패가 영웅시 되는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은 실용성이 미약하다. 실천이 미덕인 셈이다. 그래서 배운 것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명품장이가 돼야 하는 거다.

무릇 나라의 힘도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누구도 정치와 헌법의 담장 위에서 춤추는 위험스러운 곡예는 없어야 한다. 국민은 직접 정당성을 부여한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까지도 부정할 권능이 있다. 우리는 보통 ‘민주주의’ 하면 곧 ‘다수결 원칙’ 같은 것만 떠올린다. 밀은 ‘자유론’에서 ‘다수의 횡포’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더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최근 조국사태처럼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서야 되겠는가.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부도덕성이 가려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부족하면 되레 사회 갈등을 격화시킨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답을 찾아 가는 여정이 곧 민주주의다.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은 “1000걸음 나아가다 999걸음 물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전진이다”라고 말한다. 루소는 누구보다 선량하고 사교적이며 정감 넘쳤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주의의 부조리를 고발한 탓에 모진 박해와 고통, 그 자체로 일관된 자기의 삶을 살았다. 빠삐용 또한 영화상에서는 3번 탈출하는데 실제로 자서전에 보면 9번 탈출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을 몰랐다. 고통의 순간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선은 고통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고 하지 않던가.

이 시대는 이것저것 장점을 추려서 날 선 도도한 지식을 엮는 통섭형 인재상을 원한다. 부단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책 속에서 길을 묻고 해답을 찾으며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는 거다.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라 했다. 안중근은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 했으며, 유성룡은 ‘다독오해’라고 했다. 책은 궁극에 우리를 자유인으로 자라나게 하고 미처 겪지 못한 일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다른 이들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작하기 위함이다.

강이나 해수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석양을 보며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그다. 경제, 물리로 보면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지만 셰익스피어의 눈으로 보면 얼음이 녹아 복사꽃이 피고 종달새가 지저귀는 따스한 봄날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혀끝에서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라고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말한다. 현명한 사람은 바쁘지 않을 것이고, 지나치게 바쁜 사람은 현명해질 수 없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거다. 대중가요 가수 최백호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라고 십 수 년째 노래한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낙엽이 벤취에 앉는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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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2019-10-24 10:42:22
마지막 글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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