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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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17
  • 한지윤
  • 승인 2019.11.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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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주몽왕 머리에 번개같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몇 살이나 되어 보이더냐?”
“열 대여섯 살 되어 보였사옵니다.”
“열 대여섯 살……”
주몽왕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보자기를 풀어보았다. 자루가 있는 은장도 토막이었다.
주몽왕은 몸을 일으켜 소중한 물건이 들어있는 옥궤를 열고 은장도 한 토막을 꺼냈다.
그것을 보자기에서 꺼내 칼 토막과 맞대 보았다. ‘맞는구나!’ 두 토막의 칼은 한 자루의 은장도가 되었다. 주몽왕은 놀람과 기쁨이 얽힌 얼굴로 파수병에게 명했다.
“그 왕자를 이리 인도하거라. 동부여에 있던 내 아들이 나를 찾아온 것이니라.”
유리는 대궐로 들어가 아버님 되는 주몽왕 앞으로 가서 넙죽 절을 했다.
“오오, 네가 내 아들.”
주몽왕은 유리의 손을 잡았다.
“아바마마 뵙고 싶었사옵니다.”
“너 혼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밖에 할머님과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할머님과 어머님도 함께 모시고 왔단 말이야?”
“소자, 어찌 홀로 올 수 있사오리까. 할머님, 어머님을 동부여에 계시게 하고서 어찌 저 혼자 올 수 있으오리까?”

“장하다. 내 아들.”
주몽왕은 더욱더 기뻐하며 마차에서 기다리는 유화 부인과 예씨 부인, 그리고 옥지, 구추, 도조 등을 대궐로 맞아들였다.
대궐 안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주몽왕의 모후, 주몽왕의 정비 주몽왕의 태자를 환영하는 잔치였다.
어머니와 부인과 아들을 함께 만나게 된 주몽왕은 고구려를 세운 뒤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주몽왕만이 아니었다.
임금이 된 아들 주몽왕을 만나게 된 유화 부인도 해모수와 헤어진 후 처음으로 즐거운 마음이었고, 예씨 부인 또한 지나간 괴로움을 전부 잊고 즐거워하였다.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난 유리 또한 더 할수 없는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 즐거운 잔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비류와 온조 형제였다.
비류와 온조 형제는 지금까지 아버지 주몽왕에서 ‘유리’라는 형 되는 이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부왕인 주몽에게 자기들의 어머니보다 먼저 결혼한 예씨 부인이 있는 줄도 몰랐다.
주몽왕의 왕비는 송양왕의 공주인 송 왕후인 어머니가 있을 뿐이고, 주몽왕의 왕자는 자기들 비류와 온조 형제뿐인 줄만 알고 지냈었다.
주몽왕이 세상을 떠나면 비류가 고구려의 제2대 임금이 되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주몽왕의 큰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
고구려의 다음 대를 이을 유리 태자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없던 형이 생긴 것을 싫어할 것은 조금도 없는 일이지만, 임금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된 것은 꺼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같은 형제라면 꺼릴 것이 조금도 없는 일이지만 같은 형제로서 맏형이 임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꺼릴 것이 없었다.
헌데 유리는 어머니가 다른 형이다. 뿐만 아니라 그 다른 어머니도 함께 나타났다.
비류 형제 어머니인 송 왕후도 이제는 예 왕후 밑에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고구려의 권세는 주몽왕 다음으로는 유리다.
그 유리가 비류 형제를 끔찍이 여겨 준다고 해도 마음이 꺼림직한 일인데, 유리가 앞으로 비록 형제를 어떻게 대할는지가 모를 일이었다.
비류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인 송 왕후를 음해하고 내쫒을는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비류 형제는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버지 주몽왕이 더없이 즐겨하는 잔치지만 비류 형제는 조금도 즐겁지가 않았다.
“어마 마마,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주몽왕이 예 왕후와 유리를 데리고 임금의 처소로 돌아간 뒤, 비류 형제는 송 왕후의 방을 찾았다.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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