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요 급격히 줄어드는 연탄… “끝나지 않은 겨울의 시간”
[홍주일보 홍성·예산=한기원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한겨울 연탄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려온 구룡마을은 떡솜과 비닐, 합판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밀집한 곳이다. 지난 16일 새벽, 발생한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수십 채의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곳 주민 다수는 여전히 추운 겨울을 연탄으로 견뎌왔다.
한때 겨울을 앞두고 연탄을 들여놓는 일은 집안의 가장 큰 준비였다. 마당 한켠이나 창고에 연탄이 가득 쌓이면, 그 자체로 마음이 따뜻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연탄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긴 겨울을 건너게 해주는 생활의 약속에 가까웠다.
1980~90년대 연탄을 떼며 살았던 홍북읍 석택리의 김경미(65) 씨는 “겨울이면 새벽에 연탄불이 꺼질까 걱정돼 틈틈이 일어나 확인하곤 했다”며 “당시에는 저녁 뉴스에서 연탄가스 질식 사고 소식이 들리던 시절이어서 늘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지만, 연탄 덕분에 추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 창고에 연탄이 가득 쌓여 있으면 그 자체로 마음이 든든해지던 때였고, 지금은 그 시절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연탄은 이제 오래된 기억 속의 연료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연탄불에 하루를 의지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홍성군과 예산군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되는 한파 속에서 연탄은 여전히 ‘마지막 난방’으로 남아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도내 연탄보조사업 지원 가구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24년 1829가구였던 지원 대상은 2025년 1536가구로 줄었다. 시·군별로 보면 논산시가 291가구로 가장 많았고, 보령시 231가구, 금산군 198가구, 부여군 194가구 순이다. 홍성군은 2024년 111가구에서 2025년 102가구로, 예산군은 같은 기간 87가구에서 70가구로 각각 감소했다.
도 관계자는 “연탄 이외의 난방 연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대상자의 사망이나 이사 등으로 지원 가구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홍성군에 따르면 올해 연탄바우처 신청 가구는 11개 읍·면에서 모두 103가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광천읍 33가구, 홍성읍 21가구, 금마면 14가구, 장곡면 7가구, 구항면 6가구, 홍북읍·은하면·결성면 각 5가구, 갈산면 4가구, 홍동면 2가구, 서부면 1가구 순이다.
예산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개 읍·면에서 총 72가구가 연탄바우처를 신청했다. 삽교읍 23가구, 예산읍 9가구, 오가면 8가구, 대술면 6가구, 광시면·응봉면·덕산면 각 5가구, 신양면 4가구, 고덕면 4가구, 대흥면 2가구, 봉산면 1가구이며, 신암면은 신청 가구가 없었다.
두 지역을 합치면 175가구에 이른다. 숫자로만 보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한 가구 한 가구에는 각자의 겨울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살피는 손길, 연탄가스가 새지 않도록 창문을 여는 습관, 연탄 한 장 한 장을 아끼며 하루를 버텨내는 삶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KOSIS)에 따르면 국내 연탄 생산량은 1989년 2429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 446만 톤, 2019년 64만 톤, 2023년에는 39만 톤 수준까지 줄었다. 도시가스 보급 확대와 주거 환경 개선에 따른 구조적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탄 생산공장 수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전국에 160곳이 넘던 연탄 생산공장은 2010년대 들어 40여 곳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20곳 안팎만이 운영 중이다. 충남에서는 현재 예산군에 단 한 곳의 연탄 생산공장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보령의 영보연탄은 생산을 중단하고 판매만 이어가고 있다.
연탄 가격 역시 변화를 겪었다. 정부 관리 아래 장기간 낮게 유지되던 연탄 가격은 1989년 장당 167원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돼 2018년에는 639원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운송비와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며 지역에 따라 900원 이상에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연탄은 점차 사라지는 연료가 됐지만, 아직 사라질 수 없는 삶이 있다. 연탄이 줄어들수록, 그 불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이웃들의 시간은 더 위태로워진다. 연탄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겨울을 견뎌내는 이웃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