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융화와 배려,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게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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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융화와 배려,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게 장점”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1.2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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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여고 축구동아리 ‘FC여고’
선경C가 만난사람-29

충남 대표로 21일~23일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
남자들만의 공간이라 생각됐던 축구장을 누비며 맹훈련


큰 함성소리와 거친 몸싸움으로 가득한 넓은 운동장에서 공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남자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던 축구장에서 치마 대신 반바지를 입고, 바람에 흩날리는 긴 생머리 대신 머리를 묶은 여고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쓰고 예뻐보이고 싶은 나이에 구두가 아닌 축구화 끈을 조여 맨 홍성여고 축구동아리 ‘FC여고’는 지난 9월 열린 충남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1일부터 열리는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충남 대표로 출전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한파주의보가 내린 저녁, 공설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맹훈련 중인 홍성여고 축구동아리 ‘FC여고’ 단원들을 만났다.

‘FC여고’는 창단한 지 9년째 되는 팀이다. 고등학생 신분이라 학업과 병행해야 하므로 주로 주말에 훈련을 한다. 지금처럼 전국대회라도 잡히면 일주일에 두 번씩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구항초등학교에서,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운동장에서 연습을 한다. 대부분 볼 훈련을 하고 체력이나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한다. 야간에는 코치의 지도 아래 패스 트레이닝을 많이 하며, 여러 종류의 기술을 접하고 있다.

그렇다고 꼭 축구를 잘하는 여학생들을 위한 클럽이 아니다. ‘수시’로 일찌감치 진학할 대학이 정해진 유지연 양은 3학년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연 양은 “건양대 재활퍼스널트레이닝학과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축구였지만 결과적으로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됐어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축구부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코치님과 선배들이 가르쳐줘요. 함께 뛰며  실력이 느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축구가 여학생들에게 좋은 이유를 묻자 박예진(1) 양은 이렇게 답했다. “공 차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여자들끼리 팀워크를 다지기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운동장에서 함께 뛰며 쌓은 여자들만의 우정은 특별하죠. 대학교에 가서도 축구를 계속할 것입니다. 더 많은 여학생들이 축구를 즐기면 좋겠어요.”

코치 단재용 씨는 4년 전, 강사모집 공고를 통해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FC여고’ 단원들은 초·중학교 때부터 축구를 한 것이 아니라 기본기부터 시작해야 했고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줘 우승도 하고 재작년에는 전국대회 8강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단 코치는 “축구가 실제 해보면 생각보다 위험한 운동이 아닙니다. 단체 운동이므로 단원 간 융화와 배려,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여성축구단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한다. 주장 맹효주(2) 양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격한 운동을 함께 하니 단원들 간에 서로 더 아끼고 챙겨준다”고 축구단의 장점을 전했다. 또 효주 양은 주장으로서 이번 대회에서는 3번의 경기 중 2번은 꼭 이기겠노라고 다짐했다. 축구가 좋은 이유를 묻자 “공을 뻥 찰 때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요. 2~3명을 제치고 질주할 때면 정말 짜릿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골키퍼 한샘(2) 양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면서도 기억나는 점을 이렇게 답했다. “골키퍼는 책임감이 막중해요. 실수할 때 부담감이 제일 큽니다. 지난 충남대회에서 온양여고를 상대로 비겨 결국 승부차기를 해서 4대3으로 이겼어요. 마지막 골을 막아냈을 때의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예진(1) 양은 “선생님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축구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후배들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라고 권유했다.

전용구장이 없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연습을 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언젠가는 푸른 잔디가 펼쳐진 학교운동장에서 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단원들은 오늘도 공과 함께 달리고 있다.

초겨울 뜨거운 그라운드에서 새삼 깨달은 두 가지 진실이 있다. 잘나가는 학교스포츠클럽에는 틀림없이 좋은 선생님과 열정적인 학생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여학생들이 운동을 싫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축구부 명단: 유지연(3), 맹효주(2), 윤희서(2), 한샘(2), 홍미나(2), 이휘민(2), 이지우(2), 박정인(2), 최정윤(2), 조민정(2), 조예린(2), 박예진(1), 김현아(1), 이하현(1), 김나연(1), 고은수(1), 박수인(1), 김혜민(1), 코치 단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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