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의도 57분 주파 ‘직결’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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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여의도 57분 주파 ‘직결’ 물 건너가나?
  • 한기원 기자
  • 승인 2019.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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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선, 홍성∼여의도 57분에 주파… 웬 1시간 30분
3조8280억 원 투입 2022년 완공 예정으로 건설 중
전국 주요 철도는 서울과 직결, 서해선만 환승 방식
서해안 복선전철과 신안산선의 직접 연결·환승 연결의 차이 비교 도표.
서해안 복선전철과 신안산선의 직접 연결·환승 연결의 차이 비교 도표.

홍성에서 서울까지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갑자기 환승 방식으로 바뀐 서해선 복선전철에 대해 다시 직결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도 직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동아일보 등 언론에 보도했다. 이달 초 충남도는 천안아산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서해선 복선전철 서울 직결을 위한 ‘제2차 정책자문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아 대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선 복선전철을 환승 없이 서울까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충남도 관계자는 “서해선 서울 직결을 위한 기술적, 타당성을 구체화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홍성∼경기 화성(송산)을 연결하는 90km 고속철 노선이다. 국토교통부가 3조8280억 원을 투입 2022년 완공할 예정으로 건설 중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송산∼여의도간 지하철 신안산선(약 40km)을 통해 서울까지 직접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7월 공개된 국토교통부 계획안에 따르면 두 노선은 직결이 안 돼 승객들은 경기 안산시 초지역에서 환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당초 계획과 설명은 달랐다. 지난 2015년 5월 22일 홍성역에서 열린 ‘서해선 복선전철 기공식’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존의 새마을호에 비해 속도가 1.6배 정도 빠른 시속 250km급 고속전철(EMU-250)이 운행돼 서울까지 1시간 이내에 이동(57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홍보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자료에는 ‘연계’라고 표현해 혼선이 있었는데 환승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환승으로 검토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의 2010년 12월 23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노선은 정부에서 발표한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에 부합하도록 설계속도 230㎞/h의 고속화 철도로 계획했으며, 향후 시스템을 개량할 경우 270㎞/h까지 속도향상이 가능하도록 노선계획을 수립했다”며 “서해안권의 지역발전을 촉진시키고 경부선에 집중된 물동량을 분산처리하기 위해 추진하는 서해선은 홍성역에서는 장항선과, 송산역에서는 신안산선과 직결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환승 방식으로도 홍성∼여의도를 57분 주파(홍성역∼초지역 35분, 초지역∼여의도 22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도와 신안산선 민자사업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의 운행시간 추산에는 최대 20여 분에 이르는 환승시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노약자와 짐이 많은 여행객 등이 적지 않아 환승에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초지역∼여의도 운행시간을 22분으로 잡았지만 일부에 불과한 급행열차를 제외하면 소요시간이 17분여 더 걸린다는 것이다. 결국 홍성∼여의도 소요시간은 최대 1시간 34분이 걸리는 셈이다. 기존의 장항선을 이용 홍성에서 영등포까지 1시간 49분 걸렸던 것에 비해 겨우 15분 단축되는 결과다. 시간이 더 걸려도 환승보다 직행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고려하면 서해선 고속전철 이용 수요도 당초 예상보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홍성을 비롯한 서해선 주변의 주민들은 “고속전철의 좌석을 타고 가다가 사실상 입석인 지하철로 갈아타라는 것인데 4조 원을 들이는 공사의 효과가 이런 것이냐”라며 “경부·호남선, 강릉선 등 전국의 주요 고속철도는 서울과 직결하면서 서해선 복선전철만 환승 방식으로 하는 것은 분명한 지역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국토부는 “이미 착공한 신안산선 터널 크기가 작아 서해선 열차의 통과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결에 따라 투자비용이 증가하게 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신안산선 사업자와의 재협의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지가 있으면 직결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1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대곡소사선(고양 대곡∼부천 소사)’도 경의중앙선과 직결 운행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곡소사선 역시 신안산선처럼 민간자본이 사업 주체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비용 부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조기에 대처했기 때문에 개통 일정에도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는 2023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선 역시 현재 수서∼지제 간 수서고속철도(SRT)상의 율현터널과 직결해 동탄역을 이용하는 경기 화성 주민들의 교통 여건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서해선∼신안산선과 마찬가지로 운영 사업자가 국가와 민간으로 각각 달랐고, 열차의 최고 속도, 승강장 규격 등이 제각각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를 모두 극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금이라도 직결로 방침을 바꿔야 철도 이용의 효용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결국 서해선 복선전철과 신안산선의 직결문제는 국토교통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대두됐다. 서해선 복선전철로 홍성∼여의도를 57분에 주파하느냐, 아니면 1시간 30~40분이라는 장항선과 같은 시간이 걸리느냐의 문제는 당연히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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