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정책과 밥도 굶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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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복지정책과 밥도 굶는 사람들
  • 홍주일보
  • 승인 2019.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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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지난 13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는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사연 하나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30대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지난 10일 오후 인천의 한 마트 식품매장에서 우유 2팩과 사과 6개 등 소량의 식료품을 절도했다는 사연이다. 이들의 ‘어설픈 절도’는 금세 발각됐으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이 방영돼 관심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택시를 운전하던 아버지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고 있어 직장을 잃은 채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했던 사정도 알려졌다. 이들이 사는 임대아파트에는 홀어머니와 일곱 살의 둘째 아들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네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부자에게 처벌 대신 따뜻한 손길이 건네지면서 오히려 훈훈한 ‘반전’이 일어났다는 보도다. 마트 대표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고발이 아닌 선도 차원”이라며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하며 오히려 ‘쌀과 생필품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 부자를 훈방 조치하고, 돌려보내기 전에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한 그릇씩 시켜줬다고 한다. 또 아버지 일자리 알선과 아들에게 무료급식 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인천중부경찰서 이재익 경위는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방영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한 시민이 경찰이 이들 부자를 데리고 간 식당에 느닷없이 들어와 하얀 봉투를 이들 부자 앞에 놓고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봉투에는 현금 20만 원이 담겨 있었는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민은 아버지와 아들이 마트에서 선처를 구할 때 옆에서 묵묵히 지켜봤던 시민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부자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뽑아 일부러 식당까지 따라가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각박한 우리의 현실에서도 약자와 연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한해를 보내는 연말연시 우리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하겠다. 복지 사각지대, 기형적인 우리 사회, 알량한 정책으로 호들갑 떠는 정부에 경종을 울리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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