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효(사랑)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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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효(사랑) 한끼
  • 김헌수 <홍성군의회 의장>
  • 승인 2019.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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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를 듣게 됐다. 노래를 듣던 중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라는 가사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이를 들수록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과 가족, 형제에 대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옛 어르신들은 교육 중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가정교육이며, 그 기본은 효라고 가르치셨다. 효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중심사상이었으며,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젠 우리나라가 효의 민족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매스컴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범죄와 학대 등의 기삿거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으며,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과거 대가족 형태의 가족 구성에서 핵가족과 1인 가족 형태로 변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는 영·유아기부터 보육시설에서 타인의 손에 의해 길러지며, 학령기와 청소년기가 돼서는 대부분 학교가 끝나면 집이 아닌 학원으로 직행한다. 하루에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한두 시간이 채 되지 않게 되고, 매 끼니를 밖에서 각자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부모만의 잘못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부모는 가족의 생계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돈 버는 기계로, 자녀는 학습하는 기계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 바라는 1순위 또한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통장에 돈이 쌓이고, 머리에 지식이 쌓이는 것과는 반대로, 가족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은 가슴 한편으로 밀어 넣어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효에 대한 의미가 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가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식사는 곧 대화이며, 대화는 서로를 생각하게 만드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 옛날 아버지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배가 고파도 아버지를 기다리던 형제들의 모습, 다 같이 식사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식사를 하며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자식들을 살피셨다.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한 끼의 식사 시간은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예절을 배우고, 오고 가는 대화로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살피는 계기가 된다.

유대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들은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가족이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고 한다. 함께 식사를 하며 식사예절을 배우고 질문과 토론, 이야기, 퀴즈 등 주제를 정해 자연스럽게 가족 간에 소통하며 서로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과 식사 자리가 많은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탈선이나 마약 흡연에 빠지는 비율이 낮다는 결과가 있었으며, 미국은 매년 9월 넷째 주 월요일을 ‘가족식사의 날’로 지정해 가족과의 식사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기계는 방전된 배터리를 기계로 충전하고, 인간은 소비된 감정을 인간으로 충전하는 것은 동서양을 떠나 인간의 본질일 것이다.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하는 것, 그것을 실천할 수만 있다면 단지 효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하게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가족과 함께 따뜻한 ‘효(사랑) 한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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