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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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이윤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방상담팀
  • 승인 2020.0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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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함께하는 센터이야기

따르르릉. “안녕하세요. 홍성군청소년전화 1388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아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인데요. 제가 돌보던 영아와 그 가족이 새아버지와 함께 홍성으로 새롭게 가정을 꾸리면서 이사를 갔어요. 경제형편도 너무나 좋지 않고 방 한 칸에서 새아버지와 어머니, 3명의 자녀가 함께 기거해야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3, 4세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케어가 되지만 17세 큰아이는 학교도 중퇴한다고 하니 상담 좀 부탁드립니다.”

17, 학업중단, 꿈도 없고 계획도 없는 그녀는 블랙이다. 형형색색 화려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꽃이 피기도 전에 블랙이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현실이 어두움이라 해도 그녀에게 화려하고 어여쁜 노란색의 그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민들레. 처음 만난 그녀는 가늘고 여리며 원주기 없이 꽃줄기에 홀로 자라있는, 겉은 젊음으로 포장돼 있지만 속이 텅 비어있는 줄기를 따라 핀 민들레와 흡사했다. 꽃말이 행복, 감사하는 마음이었던가? 민들레는 청소년상담사를 만나고 이후 경계심이 풀리면서 센터를 방문한 이후 줄곧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핸드크림 하나에도 작은 담요하나에도 허리 숙여 그 마음을 표현했다. 관심과 사랑에 배고파했으며 의심과 낯선 이에 대한 불안도 엿보였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과 그 가족을 처음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라포형성이다. 도와주면 당연히 좋아하고 우리를 반길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맘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배려와 세심함이 필요하다. 민들레는 홍성에 이사 온지 두주정도 되었고 터전에 대한 불안도가 높았다. 아는 지인을 통해 구했다는 단칸방은 3평 남짓으로 부엌 없이 방 하나였다. 성인 3명이 누우면 꽉 찰 것 같은 그 공간에서 5명이 함께 살고 있는 상황이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떠들썩한 사회분위기를 감안하면 한시라도 청결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옮겨야 하는 당위성이 느껴졌다. 식사는 전기밥솥이 있으니 밥을 지을 수 있고 찌개는 부탄가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일하러나가고 동생들이 어린이집을 가면 민들레는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한다. 그래서 민들레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으로 연계돼 현재 검정고시공부를 소개받았다. 홍성 오기 전에 친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은 새어머니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민들레에게 가족 재구성은 많은 내적갈등의 요인이 됐다고 했다.

지난 12일 민들레가 센터와 연계된 지 일주일 만에 스피드하게 홍성군청 교육체육과 청소년팀과 함께 청소년안전망을 통한 솔루션이 열렸다. 그리고 적합한 청소년보호시설로 연계됐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원장님이 의뢰하신 청소년은 청소년기관연계로 잘 진행됐고 의식주 외에도 공부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됐습니다. 무관심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데 원장님처럼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저희 같은 청소년상담복지기관에 연락주신 점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연락주신 의뢰 건에 대해 변동이 있거나 추가 안내 상황이 있으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작은 체구의 민들레는 마지막 보류인 어머니를 찾아 홍성으로 오게 됐고 우리는 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각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복지국가에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인간답게 살 권리,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장애인이건 아니건 여자건 남자건, 외국인이건 한국 사람이건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갖고 있음을 대한민국 헌법은 공시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민들레는 홀씨가 돼 흩날리고 다시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다. 떠남의 상징이기도 한 민들레.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센터와 인연을 맺은 그녀에게 관심과 안정과 따스함을 선물하고 싶다. ‘안녕을 고할 때 더 멋진 숙녀로 자라서 떠나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윤정<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방상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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