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 명을 잃는 것은 박물관 하나를 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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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한 명을 잃는 것은 박물관 하나를 잃는 것
  • 홍주일보
  • 승인 2020.03.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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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작품을 통해 노인관이 바뀐 전만성 작가
자식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배려, 외려 꿈 빼앗을 수도

 

‘어르신들의 이야기 그림’이라는 제목의 이색적인 전시회가 지난달부터 홍주성역사관을 시작으로 충남도서관에서 진행됐으며 오는 6일 충남도청을 끝으로 마무리 한다. 이같은 특별한 전시회는 홍성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만성 작가의 노력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장곡면 천태리 마을의 어르신들이 6주간 15회에 걸쳐 활동한 결과물들이다. 전 작가가 부르는 노래에 공감해 마음을 연 마을의 어르신들이 서툰 그림과 굵게 써내려간 편지 형식으로 마음 속 깊이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을 한 데 모은 것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홍성이 고향인 전 작가는 5년 전 3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고향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범대학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좋은 교사가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림도 열심히 그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했고, 교직생활도 좋았지만 5년 전 교육자보다는 작가로서의 희망이 더 커 명예퇴직하고 전업작가로 들어섰다.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테라코타, 흙으로 빚은 입체 작품도 하고 있다.”

전 작가와 마을 어르신들이 한 마음으로 성사시킨 전시회는 원래 천태1리 정자나무 아래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천으로 전시가 불발되자 이를 아쉬워한 홍주성역사관, 충남도서관, 충남도청이 전시공간을 내어주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어르신들의 작품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모친이 돌아가신지 6~7년 됐는데 살아계실 때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온 몸으로 겪어온 삶에는 박물관 몇 개를 채울 분량의 이야기와 내용이 들어 있었을 텐데,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어머니를 그냥 떠나보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제 가슴 한켠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세상의 노인들을 새롭게 보게 됐고 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천태리마을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제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먼저 어르신들께 옛 노래를 들려드렸더니 어르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후련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전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우리사회의 노인복지를 접근하는 태도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르신은 단순히 복지 재정을 소비하는 수혜자로 보는 행정의 한계를 봤기 때문이다.

“어르신들도 꿈과 희망이 있다. 그런데 많은 자식들이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에게 자신들도 모르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저도 어머니를 대할 때, 가급적 제재를 했고 그저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어머니도 나름의 꿈과 희망이 있었을 텐데… 내가 그걸 막았던 것이다. 노인들도 소망, 자기실현에 대한 꿈이 있다. 이는 내가 나이가 들다보니 더 절실히 느낀다. 인간은 꿈을 접는 순간 죽는다고 했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란 존재가 단지 죽음의 날을 받아놓고 시간을 죽이는 무기물 같은 존재가 아니고, 여전히 자신의 생이 남아 할 일이 있는 그런 존재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회가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로 하여금 노인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동된다면 좋겠다.”

우리사회의 노인복지정책이 과연 노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전 작가는 자신이 여력이 되는 한 스케치북과 채색도구들을 마련해 노인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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