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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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35
  • 홍주일보
  • 승인 2020.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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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하고 찢어지는 듯한 군사의 고함이 들려왔다.
“불이야! 불이야!”
“와아! 와아!”
삽시간에 군영내는 소란과 불꽃으로 발칵 뒤집혔다.
지달은 옥문을 발길로 걷어찼다. 이상하게도 옥문이 손쉽게 부서져 달아났다. 옥문 밖으로 뛰어나오자 지달은 옆방 문도 걷어찼다.
노화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한 채 쓰러져 있다. 지달은 곧 노화를 들쳐 업고 뛰기 시작했다.
신의 가호라도 얻은 듯, 발이 가벼워 쏜살같이 달렸다. 훤히 동이 트일 때에야 어느 산등성이 아늑한 곳에 노화를 내려놓았다. 노화는 그제야 의식이 돌아온 모양으로,
“에이구 허리야…… 여기가 어디에요?”
하며 눈을 부빈다.

지달과 노화는 ‘삶은 쌀알’로 요기를 했다. 세 알만 먹어도 배가 부르는 이상한 쌀알이었다. 그 삶은 쌀알을 먹고 나니 노화의 피투성이 몸도 깨끗이 나아졌다.
둘은 새로운 활기로 걸음을 재촉했다. 한시라도 빨리 고구려 땅을 벗어나야 했던 것이다. 그들이 백제를 향하여 길을 걷기 시작한지 사흘 만에 한성에 도착했다. 조그만 성이었다.
지달은 길거리에서 백성 한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이곳이 도대체 어디요?”
“이곳 말이요? 참 별 사람 다 보겠네, 이 판에 이 성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군.”
“먼 곳에서 장사하러 온 사람이라 지리에 어둡습니다.”
지달은 공손하게 대꾸해줬다. 그래도 백성은 의심쩍은 듯 아래 위로 지달을 자꾸 훑어보더니,
“박기성이라는 백제땅이요. 고구려와 접경이죠. 그런데 당신 행색을 보니 좀 이상하구려. 고구려 첩자가 아니거든 조심하시오. 지금 대왕께서 친히 이 성에 머물러 계신다오.”
재빨리 일러 주고는 빠른 걸음으로 서쪽을 향해 가버렸다.
지달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노화도 멍청히 서 있다.
‘우리가 어느새 백제에 왔구나, 아하 꿈에 그리던 내 고국땅!’
지달과 노화는 이런 감회가 가슴을 막고 있어서 말문을 더 이상 열 수가 없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데 뜻밖에도 군졸 셋이 지달과 노화의 가운데에 쑥 들어선다.
“이놈!”
방망이로 어깨를 쾅 때린다. 아까부터 순찰하는 군사가 지발과 노화의 거동을 살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지달이 백성에게 건넨 말도 다 듣고 있었다.
백제 고이왕이 친히 고구려를 공격할 준비를 하느라고 이 성에 들어온 이래 경비가 상당히 엄해졌었다.

고구려 첩자가 한 명이라도 성 안에 있다간 큰 일이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지달과 노화는 고국의 땅에 첫 발을 들여놓는 순간에 그만 고구려 첩자로 몰려 군사들에게 잡혀가게 되었다.
“놓으시오. 대관절 왜 나를 잡아 갈려고 하시는지 말씀부터 해주시오.”
지달은 제법 버티어 보았다.
“이놈 고구려 놈의 첩자지?”
한 군사가 왕방울같은 눈알을 부라린다.
“처… 천만에요. 전 첩자가 아닙니다. 백제사람입니다. 그런 고구려놈에게 잡혀 갔다가 그만!”
“뭐? 고구려 놈들에게 잡혀갔어? 그래 어게 됐단 말이야?”
“고구려 놈들에게 잡혀갔다가 삼 년만에 돌아오는 길입니다.”
“흥, 거짓말 마라. 고구려놈들이 돌려보내 줄 리가 없다. 더구나 이런 색시까지……”
군사들은 점점 의심을 더해 갔다. 그 때 노화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는 첩자가 아니에요. 그놈들에게 잡혀가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천신만고로 도망쳐 왔어요.”
“넌 주둥아리 다물어! 도망쳐 오다니, 그래 고구려놈들이 그리 허술한 놈들인 줄 아나?”
군사들이 팩! 고함을 지르며 되게 노려보는 바람에 노화는 소름이 쭉 끼쳤다.
“이 연놈의 옷 속을 수색해봐라…… 흉기가 있거나 첩자라는 무슨 증거가 있을 게다.”
그 중 어른인 듯 싶은 군사가 명령을 내리자, 군사 두 놈이 와락 노화에게 달려든다.
사정없이 웃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짓이요. 아! 이게 무슨 짓이요.”
지달이 보다 못해 군사들에게 매달렸다.
“이놈!  안 비킬 테냐? 정!”
그리고는 군사 한 놈이 지달을 홱 뿌리쳤다.그러자 저만큼 내동댕이쳐진 지달이 다시 일어서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군사들을 향해 돌진해 왔다.
사랑하는 여인이 모욕을 당하기 않게 하려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악!”
군사 한 놈이 지달의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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