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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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신호
  • 최원준 칼럼위원
  • 승인 2020.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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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우리에게 자주 신호를 보냅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긴장될 때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식은땀도 나고 근육도 미세하게 떨립니다. 또한 중요한 시험 날 속이 부글거리고 손에 땀이 나며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혹시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과연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예부터 유교적인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한 민족입니다.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해도 이를 크게 표현하지 아니하고 싫은 것을 봐도 예를 갖추고 격식에 맞게 행동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시스템이 우선시 되는 사회였고 그 안에 있는 개개인은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사회의 DNA는 후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집안의 유전적 요인이나 가정환경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DNA 속에 마음을 억압하는 성향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죠. 저도 제 마음의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서양에는 우울감, 슬픔, 의욕 저하, 불면과 같이 겉으로 직접 표현이 가능한 정신과 질환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약간 다릅니다. 서양과 같이 본인이 직접 증상을 표현하는 질환도 물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저기 아프고 쑤셔서 이곳저곳의 병원을 다니다가 마지막에서야 정신건강의학과로 방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심장의 두근거림, 답답함, 소화불량, 어지럼증, 두통, 팔다리 쑤심을 호소하면서 내과나 정형외과를 주로 방문합니다. 심전도도 찍고 x-ray, 초음파 등을 시행합니다. 위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처음엔 당연히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상 없음’이라는 네 글자만 우리를 맞이할 때가 많습니다. 검사상 이상도 없다는데 꾀병이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더욱더 속이 터질 지경이죠. 이러한 증상은 정신 심리적 용어로 신체화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속의 문제가 몸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홧병’이라고 알고 있는 병은 신체화 증상의 일종으로 감정을 극도로 억제하는 우리나라에 특이적으로 있습니다. 정신과 교과서에도 질환명이 ‘HWA-BYUNG’입니다. 이 질환은 겉으로 드러난 신체 증상으로만 접근하면 절대 치료할 수 없습니다. 마음속의 불씨를 꺼뜨려야 신체의 각 기관으로 퍼지는 불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주 신기합니다. 몸과 마음은 별개인 것 같지만 저렇게 증상을 보면 연결된 것도 같고… 뇌는 일종의 네트워크입니다. 뇌에서 모든 운동 능력과 감각의 영역을 컨트롤 하며 숨을 쉬고 소화를 시키기도 하고 기억을 하고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각기 주된 기능을 하는 뇌의 영역이 있긴 하지만 서로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사람들의 공동체처럼요. 모든 기능은 여러 가지의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으로 컨트롤 됩니다. 마음에 불씨가 생기면 몸에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죠. 주로 신경계 쪽으로 영향을 많이 주고 두 번째로는 소화기계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됩니다. 이렇듯 몸과 마음은 긴밀한 관계입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최원준 <청담성모정신건강의학과 원장·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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