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상태바
안전지대
  • 최명옥 칼럼위원
  • 승인 2020.07.0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래서 돈은 힘이다. 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최소한의 안정성은 보장받는다. 돈이 없어서 수치와 모욕을 경험했던 기억은 돈을 벌면 어린 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내면 아이는 소리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쫒고, 돈 벌기를 간절히 원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A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하인들에 의해 귀공자로 떠받들어졌다. 할머니는 A가 음식을 잘 먹지 않으면 어르고 달래서 밥을 먹여주셨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셔서 유아동기를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집에서 자주 연회를 베풀었으며, 술주정이 심해서 온 가족들이 숨죽여 지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신경 쇠약으로 자주 누워 있었고, 무거운 가정 분위기는 A에게 마음의 화병을 갖게 했다. 해방 후 일제 징용을 다녀온 사람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12세 소년 A는 연필 칼로 그를 찔렀고, 이 사건은 논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를 시발점으로 아버지가 지인들에게 보증을 서준 대가로 기생집 나들이와 술에 대한 탐닉으로 땅 5만평과 밭 2만5천 평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A는 세상에 아무도 믿을 게 없었다. 그럼에도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교내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허약한 몸으로 잦은 병치레를 했지만 기독교 신앙을 통해 병이 낫는 경험을 하면서, 깊은 믿음을 갖게 됐고 믿음 좋은 처녀와 결혼하게 됐다. 이후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업을 병행했는데, 사업이 번성하기도 했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고 경제적·신체적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현재 A는 80세 고령이지만 인색한 노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돈을 아껴야 한다고 자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정신분석에서는 돈을 항문기와 연관 지어 해석한다. 아이는 아무 때나 기저귀에 변을 싼다. 어느 순간 아이는 생리작용을 참으면서 화장실로 간다. 자기 욕구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아이는 동물 수준에서 사람 수준으로 진화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성공에 대해서 적절히 칭찬하고 실패에 대해 너그럽게 용서하면 아이는 자신의 힘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항문기를 잘 통과한 아이는 돈을 적절히 사용하지만 엄격함과 방임으로 항문기 훈련을 받은 사람은 구두쇠가 되거나 허랑방탕한 삶을 살게 된다. 

A는 돈이 많았던 황금기와 같았던 유아동기 시절, 허랑방탕하게 돈을 마구 쓰는 아버지와 모든 응석을 받아주는 할머니로 인해서 돈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돈이 많았을 때 A의 아버지는 기생집에 다니며 술을 마심으로 어머니를 힘들게 했다. 부자였지만 행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돈이 없을 때는 돈을 마구 써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혀 써야 할 돈을 쓰지 못하는 구두쇠로 살아 아내와 자식들을 힘들게 했다. 

우리는 돈이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삼성그룹 이재용이 안전한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종교도 사람들의 마음 불안을 달래주는 안전 비즈니스이다. 경제와 정치도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제시한다. 돈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행복감은 일정 소득이 넘으면 높아지지 않는다. 곧 돈은 기본적인 안전은 해결해주지만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돈이 좋다. 그러나 나는 돈으로 향하는 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마음 나라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 나라에도 돈이 필요하다. 그 적정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만약 나를 온전히 책임져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은 편안할까? 얼마만큼의 돈이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낄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돈은 눈에 보인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는 것이 힘들어서, 보이는 돈에서 마음의 안정을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나를 책임져줄 사람,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적절한 돈은 어느 정도일까? 항문기 때 생리작용을 참고 화장실로 달려가던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아이의 지혜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안전한 대상을 갈망한다. 당신에게 안전한 대상은 있나요?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홍성천, 폭우로 인해 4년만에 범람
  • 삼계탕 드시고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내포신도시 ‘별도특례시’ 주장?
  • 버텨내기 
  • 몸의 기억
  • 홍성군 ‘시 승격’ 요원하다 시작부터 ‘무리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