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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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55
  • 한지윤
  • 승인 2020.08.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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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지금까지 행동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개루왕의 명령에 따라 그의 신임이 두터운 신하 한 사람이 한 짓이었다.
가짜 임금은 궁궐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전후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임금에게 아뢰었다.
전후사실 얘기를 모두 들은 임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무릎을 ‘탁’하고 쳤다.
“그러면 그렇지! 과인의 말이 틀릴 수가 있나!”
개루왕은 곧바로 도미를 불러들이고는 비웃음 섞인 징그러운 웃음을 웃어 보이며 도미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어떤가, 그대는 지금도 아내를 그렇게 믿고 있는가?”
“네, 네, 지금도 물론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그 소리로군! 대단히 아내만을 믿고 있는 가엾은 사람이구먼! 그래 방금 나의 신하 한 사람이 자네의 집에 가서 네 계집과 관계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그 소린가? 그대로 할 말이 있는가? 지금도 아내를 그렇게 믿고 있는가?”
“네,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말로 그럴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도미는 아무리 다른 말을 해도 임금의 말을 귀 밖으로 흘려버렸다.
도미는 아내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슬기로운 지혜도 믿고 있었다.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 쉽게 몸을 바치고 지조를 바칠 여자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도미의 신념에 찬 믿음은 그대로 진실이었다. 임금은 순간, 무엇인가를 집어올렸다. 그러면서 도미를 향해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그래도 믿기지 않으면 내가 증거를 보여줄까?”
“증거라니요?”
도미는 순간 증거를 보여준다는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금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
“여기 네 계집의 속바지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임금은 여자의 속옷을 도미 앞에 던져보았다. 속옷을 집어든 도미의 낯빛은 한동안 새파랗게 질렸다.
도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무언인지는 몰라도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순간적으로 밝은 모습으로 가벼운 웃음을 입가에 떠올렸다.
‘그러면 그렇지, 나의 아내의 지조와 절개는 그 누구 앞에서도 변할 수는 없어. 여보, 고맙구려.’
도미는 이제 안심이 되는 듯 말문을 열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 속옷은 소인의 아내 것이 아니옵니다.”
“뭐라고? 틀림없이 네 아내의 몸에서 벗겨온 것인데 아니라니 무슨 소리인고?”
“아니옵니다. 소인의 아내는 종래로 이런 속옷을 입지를 않습니다.”
“그러면 이 속옷은 누구의 것이란 말이냐?”
그 소리에 개루왕은 그만 노발대발하는 것이었다.
신하들도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도미는 큰일났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임금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노발대발하더니 도미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 속옷은 누구의 것인가? 빨리 말해 보아라. 똑바로 말해. 만약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지를 잘 알 것이다. 진실대로 말하렸다.”
임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다. 도미는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내가 걱정되어 가슴이 또 두근거리고 있었다.
“황공하오나 그 속옷은 소인이 생각건대 소인의 집 여종의 속옷인 줄 아옵니다.”
“요, 발칙한 것들이 과인을 속이다니! 과인을 속였어. 얘들아, 거기 뉘 없느냐?”
임금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무사들을 불러들이라고 명했다.
곧바로 무사들이 모여들어 임금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놈을 당장 결박지워라! 죽일 놈 같으니라구! 당장 결박지워!”
도미는 변명 한마디 못하고 꽁꽁 묶인 채로 마당에 내동댕이 쳐졌다.
“대왕, 이게 웬 일이십니까?”
“웬 일이냐구? 이 놈아, 예로부터 임금을 속인 죄는 죽을죄라는 것을 네놈도 들어서 익히 잘 알렸다. 네놈들이 임금을 그토록 우롱하였으니 백 번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목숨만은 살려줄테니 그 대신 앞으로 네 아내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줄테다. 네 놈의 눈알을 빼어 버릴테다. 알겠으냐? 이놈!”
화가 잔뜩 치민 개루왕은 시퍼런 칼을 빼어 들고는 도미의 눈알을 빼어 버렸다. 
도미는 붉은 피를 얼굴에 철철 흘리면서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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