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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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 이성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 승인 2020.09.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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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이가 요즘 이상해요. 조용하던 아이가 최근 들어 난폭해졌어요.”
J는 중2 남학생으로 만성화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했고, 매우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운동선수 출신의 매우 리더십이 있는 인물로, 늘 아들의 학업 성적과 유약한 행동을 못마땅해 했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매로 J를 때리곤 했다. 어머니는 유순해 오랜 세월 남편의 강한 모습에 주눅들어 살았으며, 남편이 아이를 체벌할 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다는 현실에 강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면서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J는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조모에게 양육됐다. J는 아버지가 할머니를 꼭 닮았다고 했고, 어머니의 기억에 의하면 퇴근 후에도 아이와 눈맞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유아기가 지나갔다고 했다. 즉,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셈이다.

J는 다행히 친구관계가 원만해,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사회성을 길러가며 꽤 괜찮은 아이로 친구들 사이에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모는 J의 학교에서의 활달한 모습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처음엔 눈도 맞추지 않고 무표정 하던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웃는 횟수도 많아지고 가정과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곧잘 이야기하게 됐다.

다른 많은 사례들보다 J가 생각나는 이유는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이상해졌다’는 부모에 의해 의뢰되는 청소년 상담의 전형적인 패턴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상담을 의뢰하는 부모들은 상담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신을 통찰하고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매우 희망적이라 볼 수 있다. 

가끔 필자가 시청하는 TV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어머니와 딸들이 있을 때에는 잘 지내다가 아버지가 귀가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베란다에 있는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공포에 떨고 있던 강아지가 생각난다. 동물행동교정전문가가 개입해 그 두려움의 원인을 찾아내는데, 처음 유기견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너무나 더럽다고 생각해 강제로 목욕을 시킨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지적했고 친밀해지려고 상체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는 강아지에게 공격하겠다는 협박의 의미라고 말했다. 잘 몰라서 그런 것이지만 아버지가 강아지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의미였던 것이다. 동물에게도 그러하건만 더욱 복잡한 사람의 심리야 오죽하겠는가?

우리 부모들,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아이들을 정성들여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사랑과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내 자녀이지만 엄연히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 기준으로 자녀를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찾아 지지해주자.

마지막은 내 자녀이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키워간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역할도 처음이기에 서투를 수밖에 없고, 더구나 그에 대한 정답도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부모교육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고민이 생기면 용기를 내서 주변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요청했으면 한다.

  여러분의 가까운 곳에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 전문가 청소년동반자가 있다!

 

이성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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