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리더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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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리더의 역할
  • 김옥선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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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리더인 이장은 지역주민과 행정기관 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주민화합을 위하여 봉사하는 이를 말한다. 근대 농촌에서는 이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35년경 이장이 처음 등장했고 1970년대만 해도 이장은 한 마을 내 권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1970년대에 이장은 정보를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면 면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는 것도 이장이 했기에 호적에 늦게 오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물며 아픈 이들을 위해 약을 지어오기도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귀와 입이 됐다. 당연히 이장의 권위는 무소불위였다.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지만 오로지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마을 이장의 권위다. 아직까지도 이장은 거의 대통령에 가깝다. 마을 대표로서의 역할보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어느 마을의 경우 이장이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한 달 정도 마을을 비우게 됐다, 주민들 반응은 이장을 걱정하는 동시에 마을이 텅 빈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이장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장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어느 마을의 경우에는 이장이 연임을 하면서 마을 일에 대해 주민들과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독단적 결정으로 마을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집성촌의 경우 주민들은 아는 사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쉬쉬하며 넘어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어떤 마을의 경우에는 귀향한 이를 이장으로 선출했는데 마을의 격동기와 변화기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장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귀농·귀촌인이 이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귀농·귀촌 이장은 업무 처리 능력이나 마을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발 빠르게 움직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마을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장은 이장대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마을일을 처리하려 하지만 이장이 경험이 없고 젊다보니 주민들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만다.   

부정적이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젊은층의 유입 등 변화하는 농촌사회에서 이장의 위상과 역할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행정이 전산화되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이장에 대한 의존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27살에 처음으로 이장을 봤다고 하는 현재 70대 이장은 그 당시에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주민들 심부름을 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장의 업무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면 이장의 역할과 임무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과거 이장의 역할이 행정기관의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주민의 민원을 알리는 역할이라면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마을일에 주체가 되도록 조력해줘야 한다. 1970년대에는 마을 안길을 넓히고, 지붕을 개량하며, 마을 안팎을 정비하는 일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제는 마을 내 독거노인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며, 고령화로 인해 작아져가는 마을에 젊은이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장이 필요하다. ‘사람이 없다’라고만 말하지 말고 ‘있는 사람’이라도 모여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행정기관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마을의 발전을 위해 타 기관과 협의도 하고, 공모사업이나 보조사업 등 다양한 발전방안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장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이장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주민들도 이장과 함께 마을을 발전시켜가는 동반자로서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 등고자비(登高自卑),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인근 충북 옥천에서는 이장들의 업무 편의와 새로운 이장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이장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다. 능력 있는 이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다가오는 연말, 마을총회가 열리는 때다. 부디 변화된 시대에 맞춰 이장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고 논의해보기를 바란다.  

 

김옥선<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팀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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