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에 혼을 새겨넣어 예술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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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에 혼을 새겨넣어 예술로 되살렸다
  • 이잎새 기자
  • 승인 2020.11.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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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寶山) 오수영 서각작가
“나는 인간관계가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수영 작가가 본인의 작품인 ‘인간관계’를 소개하면서 말하고 있다.
“나는 인간관계가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수영 작가가 본인의 작품인 ‘인간관계’를 소개하면서 말하고 있다.

정년퇴임하자마자 잡게 된 조각칼
“서각작품은 첫 대면에 감동을 줘”

 

지난 21일 제17회 충남서각예술대제전 홍성전이 홍성도서관내에서 열리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한국서각협회 홍성군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보산 오수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전시회에 들어서니 다채로운 작품들이 그와 함께 기자를 맞이했다.

“서각, 글 서에 새길 각자를 써서 글이나 그림을 나무에 새기는 작품예술활동을 일컫습니다. 이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제작된 8세기 중엽에 시작돼 세계 문화유산 해인사 ‘팔만대장경’등 유구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 예술이랍니다. 이런 예술혼을 계승하고자 1982년에 (사)한국서각협회가 창립됐고, 이어 충남 안에선 2006년 12월 7일자로 홍성군지부가 제일 첫 번째로 생겨났어요.”

오 작가는 “전통서각은 무색으로 제작되거나 색을 거의 칠하지 않아요. 그러나 현대식은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혀내 시대가 흘러가며 변화하는 예술의 모습이 있음을 알고 또 감탄했죠. 아, 이것이 진정한 종합예술이구나”라며 서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각을 “죽은 나무에 혼을 불어넣는다”,“오랜시간과 공을 들이는 예술”이라 예찬했다.

과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홍성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을 지낸 그가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우연한 기회로 서각 전시회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그날부로 서각 작품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정년퇴임을 하자마자 바로 서각에 도전했죠. 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금세 해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서각협회 충남지회 고문인 장암 하천구 작가의 작품 ‘워낭소리’의 구성에 대해 설명하는 오수영 작가.
서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심취한 표정으로 서각에 '반하게 됐다'고 말하는 오수영 작가.

“우리 회원들은 원래 홍성도서관 지하 공예실에서 작업을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이 폐쇄가 되면서 대교공원에 있는 쉼터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작품활동을 이어갔어요. 이번 전시회는 그런 과정을 거쳐가며 만들어낸 작품들이 모여있습니다. 서각의 밑그림을 ‘서고’라고 말하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이 서고부터 완성작까지 우수한 작품들이 많아요.”
 

보산 오수영 작가의 출품작 '인간관계'.
보산 오수영 작가의 출품작 '인간관계'.


이날 오 작가 역시 본인의 작품인 ‘인간관계’를 출품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 부를 수 있는 지표가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돈과 출세도 누군가를 성공했다고 말할 때 쓰는 기준점이 되지만, 결국 끝까지 남게 되는 소중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니 말이죠. 이 인간관계가 참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사소한 이유로 남이나 적이 되는 일이 있어 참 어렵지만 철두철미하게 지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 이렇게 서각으로 새겨놓았습니다.”

오 작가에 의하면 끝이 뭉툭한 끌을 사용해 서각 작품을 제작하는 타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칼을 사용해 섬세하고 다양한 묘사를 선보일 수 있다고 한다. 비록 국제적인 유행병으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주춤한 상황이나 이러한 한국 서각의 장점이 이후로 더욱 부각되고 서각이라는 분야가 대중화돼 전통 예술이 더욱 빛을 발해야 하며 그의 말과, 서각 작품과 같이 우리는 인생이라는 한 나무에 내 편에 서길 주저하지 않을 사람들의 얼굴을 남기고 떠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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