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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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72
  • 한지윤
  • 승인 2020.12.3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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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정치군사적으로 엄격한 훈련을 받은 그들은 언제나 싸움에서 앞장에 서곤 하였다.
“이제 우리 군사들은 네 번 싸워 네 번 패했으니 지금이야말로 네가 화랑정신으로 용감히 싸워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나라에 충성을 다할 때로다.”
“소자, 알아들었소이다.”
반굴은 즉시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였다. 반굴은 함성을 지르며 닥치는대로 적군을 쓰러뜨렸다. 한동안 용맹스럽게 싸우던 그는 마침내 칼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앗!”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신라군 진지는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때 문득 또 하나의 화랑이 김유신 장군 앞에 썩 나섰다.
“장군, 소인이 가서 반굴의 원수를 갚고 오겠습니다.”
김유신 장군이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그는 다름아닌 김품일 장군의 아들 관창(官昌)이었다. 김유신은 말없이 소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마음은 괴로웠다.
“어서 명령을 내리십시오, 장군! 저의 몸에도 화랑의 정신이 있습니다!”
관창은 간절한 눈길로 김유신을 바라보면서 애원하였다. 김유신 장군은 말없이 품일 장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품일 장군은 아들을 위하여 한마디 하였다.
“장군, 어서 허락하시오. 소자의 아들도 신라의 화랑입니다. 나가 싸우게 하시오.”
“장군, 어서 허락하시오.”
그제야 유신은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 관창의 손을 꼭 쥐고 말하였다.

“장하다, 나가 싸워라! 네가 신라를 위해 공을 세울 때가 왔다!”
김우신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관창은 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쏜살같이 적진으로 돌격했다. 백제 군사들이 뛰어나와 마주 싸웠으나 그의 서슬을 당해내지 못하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관창의 손이 번쩍할 때마다 백제군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굴렀다.
이 광견을 지켜보던 계백 장군은 좌우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저 날랜 장수가 누구인고?”
그러나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계백 장군은 다시 날랜 무사 몇사람을 골라 내보내면서 당부하였다.
“죽이지 말고 꼭 사로잡아오도록 하라!”
어린 소년의 몸으로 성난 호랑이처럼 날고 뛰던 관창은 마침내 기운이 다하여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는 계백 장군 앞에 끌려온 몸이 되었다.
“그대는 누구인고?”
“신라의 화랑 관창이요.”
뜻밖에도 그것은 나이 어린 소년의 목소리였다. 계백 장군은 일어서서 친히 그의 투구를 벗겨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아직도 얼굴에 애티가 나는 어린 소년이었다.
“음, 그대 나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열여섯 살이오. 장군이 백제의 명장이란 말을 듣고 목을 베러 왔다가 그만 불행히 잡히게 되었소. 잔말 말고 어서 죽이오!”
계백은 관창의 늠름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신라의 화랑, 참으로 훌륭하다! 백제도 이렇게 젊은이들을 길렀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
계백은 차마 관창의 목에 칼날을 얹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대견스러운 눈매로 관창을 바라보다가 부하장수에게 명령하였다.

“칼만 빼앗고 저 소년을 돌려보내도록 하라!”
백제 군사들이 관창을 말에 태우려 하자 그는 한사코 거절하였다.
“내 적장의 목을 베지 못한 것만도 원통한데 창피하게 살아서 돌아갈 수 없소. 어서 죽이시오!”
계백 장군은 볼수록 대견스러워 빙그레 웃으면서 관창을 번쩍 들어 말잔등에 올려놓았다.
“그대가 살겠다고 애원한 것도 아닌데 창피할 게 뭔가? 앞길이 천리같은데 돌아가서 훗날 큰 사람이 되거라.”
계백은 이렇게 말하고 칼등으로 말궁둥이를 탁쳤다.
관창을 등에 실은 말은 질풍같이 달려 신라군 진중으로 돌아갔다.
관창이 돌아오자 신라군 진중(陣中)에서는 환성을 울렸지만 김품일 장군은 노해서 꾸짖었다.
“네 나이는 비롯 어리다 하지만 화랑의 몸으로 적군에게 잡혔다가 무슨 면목으로 살아서 돌아왔단 말이냐?”
“아버님, 노여움을 거두시고 칼 한 자루만 주십시오. 소자는 칼을 가지러 왔습니다. 이제 다시 가서 적장의 목을 베어 오리다.”
관창은 부친 앞에서 머리를 약간 숙이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아였다.
그제야 김품일 장군은 맑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의 칼을 내주었다.
관창은 물 한모금 손으로 움켜마신 후, 다시 말을 몰아 적진에 뛰어들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적군을 맞아 싸우기를 수십 차례, 나이 어린 관창은 지칠 대로 지쳐 또다시 백제군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관창은 다시 계백 장군 앞으로 끌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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