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73
상태바
백마강에는 낙화암 -73
  • 한지윤
  • 승인 2021.01.06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창은 물 한모금 손으로 움켜마신 후, 다시 말을 몰아 적진에 뛰어들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적군을 맞아 싸우기를 수십 차례, 나이 어린 관창은 지칠 대로 지쳐 또다시 백제군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관창은 다시 계백 장군 앞으로 끌려갔다.
“참으로 죽이기는 아까운 소년이나 할 수 없구나. 네가 싸움터에서 그대를 만난 것이 한이로다.”
계백은 침통한 심정으로 관창의 목을 자르고 부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비록 적이라 하짐나 갸륵한 소년이다. 그의 머리를 말목에 달아 돌려보내도록 하라!”
이윽고 관창의 머리를 목에 단 말이 신라군 진중에 돌아왔다. 신라 군사들은 반굴과 관창의 용맹과 충성에 감동되어 술렁거렸다.
김품일 장군은 아들의 머리를 받쳐들고 군사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보았는가? 이것이 바로 신라의 화랑정신이다. 나이 어린 두 화랑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전군 총돌격하여 백제군을 전멸하다!”
김유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라의 대군은 총공격을 개시하였다. 신라의 대군은 백제군 진지를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였다. 어린 두 화랑의 죽음으로 하여 사기가 높아진 신라군은 노도처럼 달려들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백제군도 만만치 않았다.
포위망은 점점 좁아지고 양군은 마침내 서로 얽혀 치열하게 싸웠다. 백제군은 이미 적군을 만여 명이나 죽였으나 워낙 많지 않은 백제군이었던지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계백 장군은 나머지 결사대를 지휘하여 적군 한복판에 뛰어들어 최후의 결전을 시도하였다.
“우리들의 무덤은 황산벌이다.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 나라를 위해 떳떳이 죽을 뿐이다!”
입술이 타고 눈이 충혈된 계백 장군은 소리소리 지르며 부하들을 지휘하여 적군을 풀 베듯 하였다. 바로 그때 화살 한 대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아오더니 계백 장군의 가슴팍에 깊이 꽂혔다.

“앗!”
계백 장군은 큰 소리를 지르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로다!”
계백 장군은 두눈을 부릅뜬 채 숨을 거두었다.
장수를 잃은 백제 군사들은 한 사람이 적군 수십명을 상대해서 싸웠다.
마침내 백제 군사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드넓은 황산벌은 양군의 시체로 덮이고 붉은 피로 흥건하였다. 격전의 마당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성한 것이 없었다. 승리한 신라군은 여기저기서 환성을 올렸으나 김유신 장군의 심중은 무거웠다. 일만여 명의 희생으로 오천 명 백제군을 섬멸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백제 군사들의 용맹은 참으로 놀라웠다. 김유신은 계백 장군의 시신을 거두어 묻게 하고 그의 무덤 앞에 서서 조용히 말하였다.
“장군의 용맹과 의리는 천추에 빛날 것이요. 고이 잠드소서!”
이리하여 저 유명한 황산벌 싸움은 숫적으로 우세한 신라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백제를 두고 말하면 그의 최후를 장식한 마지막 격전! 황산벌싸움의 패보가 전해오자 백제의 수도 사비성은 말 그대로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황산벌에서의 패보가 전해오자 백제의 수도 사비성은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난리가 아니었다. 벌집이 터진 것처럼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아우성 소리로 시끄러웠으며, 몰려든 인파로 바글거렸다.
“신라의 대군이 지금 사비성으로 쳐들어오고 있다고 하오!”
“백제군은 막지도 못하고 있다하오!”
“신라 대군의 힘은 막강하다 하오!”
“큰일났어, 큰일이야! 이제는 사비성도 함락되는가 봐요!”

이러한 소문은 금방 사비성 전체에 퍼졌고 백성들은 불안과 초조로 삼삼오오 모여서 나랏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급보는 끊이지 않고 연이어 들어왔다.
급보가 전해 올 때마다 상황은 더욱 급해졌고 다급해지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제 외로운 성 사비성은 호랑이의 발톱에 걸린 사슴의 신세가 되었고, 백제 사직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마냥 가물거리고 있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이것이 지금 백제의 운명이 되고 말았다.
‘모두가 다 충신들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야!’
의자왕은 중얼거리며 가슴을 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다시 탄식하면서 가슴을 쳐 보았지만 이제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의자왕은 행여나 하여 세 왕자와 신하들을 불러 놓고 뾰족한 대책이라도 있나하여 들어보았으나 별 수가 없었다.
“최후의 대책이 뭐냐?”
아무도 말이 없었다. 고개만 숙이고 앉아 있는 왕자나 신하를 바라보면서 의자왕은 만감이 교차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