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례에 흐르는 인간존중 정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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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례에 흐르는 인간존중 정신〈2〉
  • 조장연 <성균관·철학박사>
  • 승인 2021.06.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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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악의 기원과 유교문화
예(禮)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교 윤리규범의 핵심으로서, 종교적인 의의와 제도적 의의를 함축하고 있으며, 자율적이라는 면에서 법(法)과 구별된다.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의 “예(禮)는 아직 그러하기 이전에 금하는 것이고, 법은 이미 그러한 후에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 이 점을 설명한 것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예(禮)’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보편적 질서로써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규범과 제도로써의 의미이다. 보편적 질서가 자연의 법칙과 그 이면에 있는 형이상학적 원리를 아우른다고 한다면, 규범과 제도는 일상생활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행위를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예’는 후자에 해당된다. 그 ‘후자의 예’는 규범이고 제도인 만큼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예는 ‘악(樂)’과 함께 언급될 때가 많다. 예만을 가지고 사회를 지탱한다면 윤기 없는 세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화가 필요하고 그것이 ‘악(樂)’이다. 《예기》 〈악기〉편에서는 예와 악을 천지의 질서와 조화로 규정한다. 즉 예가 질서로써 기능한다면, 악은 조화로써 기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양자는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범주가 아니다. 악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박자와 장단이라는 규칙이 필요하듯이 예에도 규범과 제도가 구현되는 조화로움이 요구된다. 공자의 성품이 온화하면서도 엄격했다는 것도 질서와 조화의 적절한 균형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예(禮)는 ‘땅귀신 기(示)’자와 ‘풍년들 풍(豊)’자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기(示)는 신적 존재요, 풍(豊)은 제기(祭器)인 ‘豆(두)’에다 제물을 담아 신에게 봉헌하는 제사 의례를 의미한다. 풍(豊) 자는 실제로 예(禮)의 옛 글자였다. 따라서 예는 의식의 실천을 통해 귀신을 섬기고 복을 비는 종교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예라는 글자가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예가 가리키고 있는 그 의식은 은대의 조상숭배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단 예는 신비한 힘에 대한 금기와 그에 가까이 하기 위한 절차인 의례를 뜻했다. 따라서 유학에서 예는 그 근원에서는 형이상학적인 근본 개념으로 이해되면서, 그 실제의 적용은 다른 어떤 개념보다 더욱 구체적인 현실에 관여했다. 이러한 의례의 실행은 개인적이기보다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학습이 필요한 것이었고, 이 의례의 지도자가 바로 후대의 유자(儒者)의 기원이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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