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통합과 공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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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통합과 공동화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05.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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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홍성의 화두는 도청신도시 건설로부터 비롯된 행정체제통합과 원도심 공동화 문제인 것 같다. 도청이전이 확정되었을 때는 천년홍주의 명성을 회복하고 충남행정의 중심이 된다며, 축제분위기였으나 막상 코앞에 닥치고 보니 이익은 커녕 어려운 일 만 생기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다수의 군민들은 도청건물이 지어지고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지만 생각했던 만큼의 어떤 변화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녀가 대학을 마치면 든든한 직장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인생 전부를 투자했으나, 정작 대학졸업 후 취직 할 곳이 없어 놀고 있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심정과 같다고 하겠다.

법가(法家)이론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뱀장어는 뱀을 닮았고, 누에는 애벌레를 닮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어부는 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성은 맨손으로 누에를 집어 올린다. 즉, 이익이 되는 것을 보면 누구나 용감해지는 것이다.

또 이렇게 말한다.
“수레를 만드는 장인은 누구나 부자가 되었으면 바라고,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전자를 선인(善人)이라 하고, 후자를 악인(惡人)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자가 많이 생겨야 수레[車]가 잘 팔릴 것이고, 사람이 죽어야 관이 많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비자는 인간이 움직이는 것은 애정도 배려도 의리도 아닌 단 하나,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설파하고 있다. 인간이 애정·배려·의리 등을 저버리고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한비자의 냉철한 사회인식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 역시 내 자신이 초라해지기 싫다는 이기적 마음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싫든 좋든 한비자의 견해에 동의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행정체제통합과 원도심 공동화 문제에 대해서 불을 지피고는 있는데 아직까지 활활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군민들이 필요성(이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미 신도시는 건설되고 있고, 행정체제통합이 자체적으로 이루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개입하게 된다. 이것은 싫든 좋든 당면한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홍성군에서 원도심 공동화와 행정체제통합의 논의가 지지부지 하고 있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숨 막히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듯이 도시집중화 현상은 막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 없이 마냥 끌려간다면 마치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사람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 가지 예를 든다면, 홍성군과 군민들은 이웃 예산군과 합심하여 도청과 함께 이전하는 여러 기관들을 유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도청신도시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 놓아야 통합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강북과 강남의 차이를 두고 있는데서 보듯이 무조건 통합만 한다면 신도시와 원도심의 차별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며, 그렇다고 개인들이 각개전투식으로 신도시로 이주한다면, 원도시에 남겨져 있는 자신들의 재산 가치는 하락 할 것이며,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경쟁과 새로운 질서에 편입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본다.

도청이전을 홍성발전의 기회를 삼기위해 각계 각층간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수레를 만드는 장인’이나 ‘관을 만드는 장인’ 모두가 동의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홍주일보·홍주신문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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