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로 대표되는 가정의 달을 맞아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언어와 생활 습관 등 문화적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새롭게 적응해 가는 다문화가정을 4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어렵게 찾아 온 새로운 조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뒹굴며 행복에 겨워하는, 소중한 우리의 며느리며 어머니인 이주 여성들의 미소가 5월 가정의 달을 넘어 평생토록 계속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편집자 주>
1. “딸의 행복한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2. 노래로 마음을 달래다
3. 엄마 나라 언어도, 우리말도 ‘척척’
4. 나의 반쪽 만나 새로운 가정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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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 시집와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결혼이주여성들이 만국공통어인 음악을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문화 합창단 ‘에델바이스’는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로 결성한 합창단으로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시집 온 이주여성 20여명이 구성원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홍성군사회복지관에서 박영순 단장의 지휘로 하루 2시간씩 연습을 해왔다. 지난해 내포축제와 홍성군여성대회, 합동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으며, 대전KBS 다문화 큰잔치에 참가해 동상과 화합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아이아(21. 필리핀) 씨는 결혼 7개월 차의 새댁이다. 필리핀 현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를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먼 이국땅으로 시집을 왔다.
아이아 씨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에서도 청소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도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노스레나(22. 캄보디아) 씨는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분이 좋아져요. 한국말도 늘고 친구도 많이 생겨서 좋아요”라고 말해 노래를 부르면서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어를 배우거나 스트레스 해소에 큰 효과를 얻고 있다.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박영순 단장은 원래 ‘부부듀엣’이라는 가수의 일원으로 노인복지관 등에서 노래강사 및 봉사를 하고 있다.
합창단원들의 친정엄마 역할까지 하고 있는 박 단장은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음정 자체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몰랐다. 노래 한 곡을 선곡하고, 화음을 맞추는데 석 달 이상이 걸렸는데 이제는 멜로디만 들려주면 어느새 다들 콧노래로 따라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며 칭찬 일색이다.
제니비브(30. 필리핀) 씨는 다문화합창단원 가운데 결혼 5년차 된 베테랑 주부로 딸쌍둥이 엄마다. “이해해야 해요. 남편 믿어야 해요”라며 서툴게 이야기하는 그녀들의 맘씨가 너무 고와 가슴이 찡했다.
홍성다문화가족지원센터 조은선 사회복지사는 “합창단 활동을 통해 이주여성들 본인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 공연을 본 가족들이 오히려 더욱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꾸준히 나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적당한 인원을 선발해 합창단의 정규 단원을 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합창단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원들에게 소정의 교통비를 지급하거나, 의상을 구입하는데 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 단원들 스스로가 ‘내 것’이라는 소속감으로 책임감을 지니며, 하나의 단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 단장은 “우리들은 뛰어난 합창을 위해서 모인 것인 아니다. 모여서 합창을 하는 과정에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며 “서로 독려하고 칭찬해주며 합창을 통해 치유할 수 있게끔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민들이 다문화합창단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