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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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죠”
  • 글/사진 윤종혁 시민기자
  • 승인 2012.05.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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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특집> 다문화 가정, 이제 편견이 아닌 배려로…4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로 대표되는 가정의 달을 맞아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언어와 생활 습관 등 문화적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새롭게 적응해 가는 다문화가정을 4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어렵게 찾아 온 새로운 조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뒹굴며 행복에 겨워하는, 소중한 우리의 며느리며 어머니인 이주 여성들의 미소가 5월 가정의 달을 넘어 평생토록 계속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편집자 주>

1. “딸의 행복한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2. 노래로 마음을 달래다
3. 엄마 나라 언어도, 우리말도 ‘척척’
4. 나의 반쪽 만나 새로운 가정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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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키우며 제2의 인생 가꾸는 안젤리나·이수명 부부

홍북면 갈산리 안젤리나(45세)·이수명(54세) 부부는 홍성 국제결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국제결혼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1997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안젤리나 씨는 결혼 후 2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입국했는데 당시 대한민국의 국적을 만드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홍북면에서 외국인의 귀화신청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고향인 안젤리나 씨는 친구 한 명 없는 이국땅 한국생활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관습이나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랐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남편이 곁에 있었기에, 귀한 며느리로 여겨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셨기에 안젤리나 씨는 홍성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홍성이주민센터와의 특별한 만남
안젤리나 씨는 2003년 특별한 만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러모로 힘든 일이 많았다. 그 중에 제일 힘든 부분이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홍성이주민센터를 알게 되었고, 유요열 목사님을 통해 정기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당시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그리 많지 않아 목사님이 직접 집까지 데리러 오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성이주민센터를 통해 한국어도 배우고 친구도 알게 되었다. 고향 친구도 만나면서 마음 속 응어리도 조금씩 풀리게 되었고,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홍성이주민센터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차츰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영어 주특기를 살려 배양초등학교와 홍북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 교사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안젤리나 씨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지냈는지 아득하기만 하네요. 결혼 초창기만 해도 친구가 없어서 남편이랑 시간만 나면 안성으로, 보령으로, 천안으로 필리핀 친구를 만나러 다녔어요. 고향을 떠난 외로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어요. 그래도 홍성이주민센터를 알게 되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지금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딸기 재배로 제2의 인생 시작
안젤리나·이수명 부부는 딸기를 키우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다. 현재도 딸기 수확이 막바지이기는 하지만 내년 수확을 앞두고 모종을 키우느라 늘 시간이 모자라기만 하다. 남편 이수명 씨는 “부인이 딸기를 키우기 전에는 이것저것 배우느라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다문화합창단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며 부인에 대한 안쓰러움을 전했다.

딸기 재배로 성공하기 위해 부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도 열심히 참여하고, 틈만 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농사는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했던가. 부부는 올해 딸기를 240m 심었는데 다른 해에 비해 소득이 높아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이수명 씨는 앞으로 딸기 고설재배를 준비 중이다. 하우스에서 딸기를 키우는 것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기에 부인이 조금이라도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농촌에서 아직은 딸기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이 있기에 딸기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찾고 있다. 안젤리나·이수명 부부는 국제결혼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딸기 재배 기술을 전수해서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싶다고 한다.

‘한필회’를 아시나요?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행사와 크고 작은 모임이 여럿 있지만 국제결혼 남편들의 모임은 극히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필리핀 부인을 맞이한 남편들은 보란 듯이 정기적 모임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매월 1일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한필회’의 회장이 안젤리나 씨의 남편 이수명 씨다.
이수명 씨는 “필리핀 여성들은 크리스마스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함께 어울려 보내는데 2010년에 의외로 남편들이 모임에 많이 나왔어요. 2011년 1월 첫 모임을 12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약 20명 정도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 윤종혁 시민기자
(홍성이주민센터 사무국장)

▷ 한필회 정기모임 매월 1일 저녁 7시
(문의 010-3707-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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